10억 인구의 거대한 땅 중국이 건국 이래 최대 격변을 맞고 있다. 소련과 더불어 공산주의 양대 종주국으로 지칭이 되던 「죽의장막」 너머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연 한 달째 계속되던 학생시위가 마침내 계엄선포를 불렀으나 아직 계엄군과 시위대 사이에는 첨예한 신경전만이 계속되고 있을 뿐 커다란 유혈사태로는 발전되지 않고 있다.
중국 최고실권자 등소평(鄧小平)과 이붕(李鵬) 수상이 사임하거나 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외부소식통들은 조지양(趙紫陽)등의 온건파가 우세할 것이라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현재 격변의 현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천안문광장에는 계엄선포에도 아랑곳 않고 1백만의 시위대가 개방ㆍ개혁ㆍ민주화ㆍ자유를 외치고 있다.
천안문광장이 어떤 곳인가. 중국공산당이 정권의 권위와 인민의 단결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해온 바로 그 장소가 아니었던가. 천안문ㆍ인민대회당ㆍ인민영웅기념비ㆍ혁명역사박물관 등 중국공산당의 상징건물들이 집결해있는 이 광장의 새로운 모습들은 이를 지켜보는 세계의 눈을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공산권의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있는 중국대륙의 이 회오리바람은 결코 어쩌다 일어난 단발적 행위가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40여 년 간 급진혁명과 온건실용주의 개혁과 쇄신 등 노선투쟁을 되풀이해온 중국은 이미 대다수 사람들이 경제개방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부를 맛보았고 더 이상 모택동식 통치방식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일련의 사실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위군중의 요구도 이미 경제개혁선에 머물지 않고 공산당체제의 개혁, 즉 정치개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하겠다.
중국의 개혁욕구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방) 정책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의 개방정책 역시 아직 경제개방선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두 나라의 변화요구는 곧 「보다나은 삶」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권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회오리바람이 어떻게 잦아들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학생시위에서 출발, 시민이 합세하고 있는 이 물결은 임기응변적 대응책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국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흐르고 있는 거대한 물줄기를 되돌리기엔 이미 그 흐름의 거센 파도가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몸살은 통제된 사회ㆍ사회주의혁명이론이 민중의 욕구를, 인간 삶의 만족을 더 이상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억 중국민들이 오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개인의 성취감을 맛보면서 더불어 물질적인 향상을 보다 더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추구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민주화이다. 그러나 현재 서방세계가 숙명처럼 안고 있는 물질만능주의ㆍ인간소외를 포함한 민주화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등으로 구분되는 양대 이념에 대한 선택이라기보다 「인간을 위한 제도」「인간다운 삶」의 선택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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