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8일 사이에 왜관에서 열린 추계 주교 정기총회는 교구청 구조 통일안과 4개 협의기구 설치안 및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 조직안 등 7개 의제를 결의하고 교회의 원칙적 사명을 재천명하는「주교단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메시지는 현시국에 처해 있는 교회의 사명과 견해를 명확히 천명한 적시적 조치로서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아끼지 않는 바이다. 이 메시지는 그 내용에 있어서 때마침「로마」의 세계 주교회의의 개회 선언의 내용과도 일치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겠다. 즉 그 선언문은『부정으로 희생 당한 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소망』임을 전제하고 오늘날 가장 위협 당하고 있는 모든 권리 즉 생존권ㆍ사회ㆍ경제ㆍ정치ㆍ문화적 권리 및 신앙ㆍ언론의 자유권 등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서 주교단 메시지도 그 취지를 완전히 같이하고 있다. 즉 주교단 메시지는 먼저 지학순 주교에 대한 언도에 관하여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시하면서 교회의 사회 참여에의 선구적 역할을 한 지 주교께 깊은 존경과 양심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뜻을 밝히고 또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들의 지 주교를 위한 순수하고도 열렬한 기도에 대하여 주교단은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 계속하여 하느님께 기도드릴 것을 다짐하였다. 또 메시지는 교회의 사회 참여에 관한 제원칙을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현대 세계 사목헌장에서 인용 언명하고 계속하여 주교단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질서 특히 기본 인권문제에 관하여 성명하는 것은 결코 정치의 고유분야에 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복음에 입각한 가톨릭의 현세관을 천명하기 위함임을 강조하고 현시국을 우려하는 주교단으로서 비상 조치법의 해제와 그 법으로 구금된 인사들의 조속 석방을 갈망하였다. 끝으로 주교단은 이러한 난국에 대한 견해 차이에 불구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조국에 대한 충성과 신앙의 형제들 사이의 사랑의 일치에 있어서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을 언어와 행동으로 내외에 증명할 것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내용의 주교단 메시지는 첫째로 교황 바오로 6세와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 전 세계를 향하여 선언한 메시지의 취지에 완전히 부합된다는 점에서 가톨릭 교회의 우주적 일치성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는 오늘날의 우리나라 시국관에 있어서 지 주교 사건을 계기로 하여 교회 안에서 사제들 사이 신도들 사이 심지어는 주교들 사이에로 의사와 행동의 불일치가 잠시나마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로 말미암아 한때는 심각한 자가 비판과 실망과 허말의 탄식마저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의 메시지로 인해서 주교단의 현시국관과 지 주교 사건에 대한 견해에서 완전히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 것이 증명되었고 또 백만 전 신도를(사제 수도자 포함)에 대해서는 그들의 다양성에 비추어서 시국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사랑 안에서 일치를 언동으로서 내외에 증명할 것을 호소한 것은 교회의 거시적진로를 명백히 한 점에서 높이 평가될 뿐 아니라 오늘날의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모호하고 다양하였던 관점을 명쾌하게 천명한 큰 지침이 되었다고 하겠다. 각 분야의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은 모름지기 이 메시지의 본뜻을 행간에서 언외에서까지 명찰하여 현대 세계가 요청하는 교회의 사명을 완수하는 데 슬기와 용기를 다할 것을 이때에 다시 한 번 다짐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번 주교회의에서 의결한 안건 중에 한두 가지의 중요 사항에 대해서 견해를 표시하건대 하나는 교구청의 기본기구와 협의기구의 설치에 관한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신도 단체의 조직에 관한 것이다. 전자는 각 교구에 교구장 부교구장 사무처장을 두고 사무처장이 사목국과 관리국을 관장케 하고 협의기구로서는 교구 참사회 신부평의회 사목협의회 관재위원회의 4개 회를 구성하도록 되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각 교구의 기구가 그 명칭 사무 분담 등에 있어서 통일성이 없는 까닭으로 인한 전 교구적인 유대와 연락에 많은 지장이 있었던 것을 교정하는 면에서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각 교구는 이 원칙에 적극 호응하여 교구 업무 수행에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것을 촉망하는 바이다.
끝으로 평신도단체협의회의 교구 단위 조직에 관해서 교구장이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결정된 데 대해서는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동에 대한 매우 고무적인 처사로서 그 실현이 기대되는 바 크다. 평신도의 조직 체계화 문제 역시 이제까지는 이론 체계나 실현 방법 등의 통일성과 효율 면에서 결함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 기회에 각 교구가 결정된 원칙에 따라 조속히 교구 단위의 조직을 완수하고 곧 이어서 전국 조직의 재정비를 도모하여 명실공히 평신도의 본래적인 사도직 수행에 가일층의 박차를 가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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