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특별히 호의호식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굶주림을 면할 만큼은 먹어야 하고 맨살을 가릴 만큼은 입어야 한다. 그리고 고대광실까지는 안 가더라도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막을 만한 거처도 있어야 한다. 굶주리고 헐벗고 거주지를 못 가지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한 동물로 타락할 가능성이 있다. 먹는 것 입는 것에만 집착하여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정신적 기능이나 문화적 활동이 마비되게 마련이다. 요즈음 벵글라데시나 인도의 일부 지방에서 수십만의 아사자들이 생기고 또 근년 아프리카의 어느 지방이 수 년간을 계속된 한발로 인하여 갈증과 흉년으로 사막화한 참상 속에서의 인간의 생활이 바로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세계의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목 말라죽고 굶어 죽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소비는 미덕이다.」라는 따위를 외치고 있다면 이것 또한 인간의 소리가 아닌 것이 아닐까. 비계 덩어리의 비만한 짐승 앞에 굶주려 앙상한 짐승이 섰다면 그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과 적의로써 덤벼들 것에 틀림없다. 바로 그것이 불안과 불화와전쟁의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인간의 육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일이 간접적으로 인간의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허다하겠으나 이와 반대로 인간의 영혼적인 일이 또한 그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령 자유라는 것을 예로 들어 보기로 한다면 좋을 것이다. 자유는 흡사 공기와 같아서 온전히 자유로움 속에서는 자유에 대한 의식이 없다가도 그것이 절제를 받거나 침범을 당하면 공기 없는 진공관 속에서와 같이 인간은 질식하고 만다. 그러기에 자유는 하늘이 주신 영혼의 양식이다. 이 하늘이 주신 영혼의 양식을 먹고 인간은 각자 자기의 생명과 삶과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
그것은 침해하여서도 침해 받아서도 안 되는 인간의 절대권이다.
인간의 육체가 먹고 입고 쉬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도 영양을 취하고 즐거움을 누리고 위로를 받아야 한다. 감옥에 있는 것은 왜 괴로운가.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잠재워 주건만 자유가 없으므로 그곳은 지옥이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산해진미도 자유로운 방랑자의 시래깃국만 못한 것을 또 우리는 알고 있다. 영혼이 편안치 못하면 오래지 않아 그 육체는 병들고 영혼이 빛나면 따라서 육체도 후광을 지닌다. 그리스도는 손발에 못이 박히는 처참한 사형을 받았지만 그것은 인류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죄를 보속코자 한 그의 의지가 선택한 다시 말하여 그가 하늘로부터 받은 그의 자유로 선택한 길이있기에 여하한 육체의 고통도 극복할 수가 있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일찌기 우리의 자유가 부당하게 억압 받고 도적 맞았을 때『자유 그것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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