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호텔 화재로 88명이나 어이없이 죽었다. 보도 기사와 사진으로 본 참사 현장은 너무나 끔찍스럽고 애처롭다. 더욱 한심스러움은 이 같은 참사가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71년 성탄 날 대연각 호텔 화재로 1백60여명이 불에 타 죽거나 떨어져 죽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만 3년도 못 되는 기간에 호텔 화재만도 5건이나 발생했다. 대연각에 이어 파레스ㆍ대왕코너ㆍ뉴남산 대왕코너가 불타 처참한 희생자를 냈다. ▲호텔 화재의 원인과 여건들은 거의 똑같다. 그래서 참사가 있을 때마다 거의 똑같은 화인 분석이 나온다. 역시 똑같은 예방 대책이 한동안 요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거의 똑같은 참사가 계속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대왕코너 화인은 호텔 복도 천정의 전선이 합선됐기 때문이라 한다. 눈에 띄지 않는 천정 속의 배선공사이니 규격 미달의 불량 전선으로 눈가림하기도 쉬웠을 것이다. 준공검사도 그렇고 그런 식으로 적당히 했을 것이다. 맹랑한 참사의 과정을 보면 한국적 미스터리한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번에도 역시 각종 매스콤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퇴폐의 온상인 고고클럽들이 철야 영업을 하도록 묵인하는 처사를 나무라며 도덕적 질서의 문란을 개탄하기도 한다. 건물의 안전도는 외면하고 불량 자재로 부실공사를 하여 전시효과만 노리는 풍조를 꾸짖기도 한다. 한편에선 모든 큰 화재의 원인이 행정상의 특혜와 부패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권력과 금력의 배후작용 때문이라는 성급한 추측도 한다. 한마디로 복합적인 사회 부조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연각 화재로 세상이 떠들석할 즈음 시인 김지하씨는 담시「비어」를 창조지 4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비어」중「고관」이란 제목의 시에서 그는 참사 현장의 생지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사회 부조리와 윤리적 퇴폐현상을 비정하게 풍자했다. 그의 풍자는 너무 저속한 욕지거리로 표현됐고 참사자들을 인간 이하(?)로 처리했다는 평도 받았다. ▲어쨋든 창조 4월호는 판매 금지되고 압류 당했다. 그후 호텔 화재의 요인 제거 작업 역시 압류당한 것처럼 부진했고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김지하씨의 고발이 창조지와 함께 묻혀버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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