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상지회(회장ㆍ황기석 박사)는 지난 10월 25일 고려예식장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가톨릭사상 강연회를 베풀었다. 이날 주제 강연을맡은 김달호 교수는 현대와 현대인의 특성 및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를 적나라하게 열거하면서『현대인은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만 구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강연 내용 전문이다. <편집자註>
■…현대란
인간을 문제로 하는 시대 인간문제의 시대라고 하겠다. 즉 인간 자신이 인간에게 시급하고 또 절실하게 된 시대요, 내게 있어서 가장 긴급하고 절실한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이란 뜻이 되겠다.
그런데 인간은 영원한 존속을 원한다. 그러나 시대는 인간이 지상에서의 존속 자체마저도 그 존속을 원하는 인간 자신에게 선택과 결단을 시급히 촉구하고 있다. 인구문제 공해문제 등 소위「하나밖엔 없는 지구」를 지켜 존속해 보자는 절박한 시점이 바로 현대인 것이다.
인간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2백 년 전부터의 일이다. 다비드ㆍ흄(1711~76)이「인간성에 관한 논문」(1739~40)에서 또한 존ㆍ듀이(1859~1952)가 그의「인간성과 행위」에서『인간 과학의 건설이 활발한 이 시대를 후세인들은 인간 과학의「발달한 시대」로 잊지 않으리라』고 만족한 것이 불과 50년도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고 찬양한 인간의 과학적 연구와 이해는 객체로서의 인간이지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다. 오늘날 인간 즉 남을 연구하는 과학은 인간의 어떤 부분 그 파편을 연구하는 데 시종하여 자기 자신은 생각지 않는다. 모든 학문이 다 그러하다. 그러나 모를 것은 나 자신이다. 인간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이해해야 할 현대는 인간의 과학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철학, 나아가서 신앙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아니겠는가. 인간을 총체적으로 살피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초월한 무엇을 구명하고 이해해야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그리스도에게서 배우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이란
현대인은 신이 거하던 자리에 수많은 우상을 올려놓고 그 노예가 되어 있다. 현대인은 신을 반대하지도 외면하지도 않는다. 신을 잃은 것도 아니요 죽인 것도 아니다. 신을 모르고 있으므로 잃을 수도 또 미워할 수도 죽일 수도 없다. 무관심할 뿐이다. 그들은 각자의 우상에만 충실할 뿐이다. 우상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재물ㆍ성 등은 예나 다름없지만「이데올로기」「당」등등, 진리도 우상이 될 수 있다고 파스칼이 경고하고 있지 않는가.
■…현대인의 특징
①속화된 현대인도 현대를 표현하는 한 특징이다
우리는 완전히 속화된 현대라는 세계에 살고 있다. 속화한 인간 이하도 인간 이상도 아닌 인간만의 세계라는 뜻이다. 인간을 초월할 수 없이 인간만으로 과연 우리가 살 수 있을까. 신을 공격하는 인간과는 휴전도 할 수 있고 화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관심한 사람과는 아무 대화도 될 수 없다. 사랑의 반대는 미워함이 아니고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은「영원히」사랑하고 행복의 영원한 고정을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다.
②진보의 관점도 현대인의 특징의 하나다. 지상에 낙원을 건설하려는 현대인들은 무의식간에 무한한 선을 추구하고 있으며 현세에서의 초월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과 우주의 진화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해준 낙관적 우주론자 떼이야르드 샤르댕도 인간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학에 배신당한 현대를 의식하고『인류 생성의 성공은 결국 우주를 초월한자 와의 관련에서만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해서 영원한 발전과 초월은 신앙으로만 성취됨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샤르댕도 과학의 발달이 그 발달만큼 인간 발달을 파멸케 한다는 데에는 아무 회답이 없었다.
③과학에의 절대적 신뢰도 현대인의 큰 특징의 하나다
과학을 신앙한다는 것은 그 확실성 객관성 그리고 미래성을 믿고 끝없는 추궁에 몰두하며 현재의 것을 부정하는 데에 소위 과학정신이 있는 것이다. 과학이 인간의 우상이 될 때 우리의 지식은 파우스트의 학문처럼 幻影이 되고 말 것이다.
과학에서만 확실성과 미래성을 찾던 인간은 가장 불확실하고 보장없는 미래에 병들기 시작했다.
■…현대인의 병패
중병을 앓는 현대인의 병명은 니힐리즘(허무주의)으로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인 최대의 병인 니힐리즘은 모든 것을 부정한다. 불신과 허무의 세계를 발견한다.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니힐리즘도 자기만은 부정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 긍정 위에서만 가능하다. 모든 것을 긍정하고 자기만을 부정해야 인간의 초월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알의 밀씨처럼 누룩처럼 자기 부정 없이 새로운 인간을 그리고 확실한 미래를 찾을 길은 없으리라. 무엇보다도 미래만은 있다.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미래와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불행을 교회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현대 세계 헌장」은 극도의 불균형 즉 양극간의 균형 없는 불열과 긴장 갈등으로 고민하는 현대인의 상황을 특징 지우고「인간 승리」를 찬양하는 반면 깊은 한계성과 무력 절망 속에 처한 인간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인간의 희망과 한편 그 피해와 대량 살생 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富에 대한 가능성 반면에 기아와 결핍과 무지와 전쟁 지상생활의 건설과 정신생활의 불수반은 국내외에 새로운 식민주의와 신노예주의를 낳고 있는 균형을 잃은 현대라고 사목헌장은 설명한다.『현대 세계는 강력하기도 무력하기도 하고 최선과 최악의 가능성을 가지고 자유와 굴종 진보와 퇴보, 사랑과 증오의 길이 열려 있다』고 가르치는 헌장은 현대인의 불행의 원인을『인간의 마음 가운데 뿌리 박고 있는 기본적 불균형 때문』이라고 결론 짓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길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할 책임은 인간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선택해야 할 자유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그는 현대인이 외면할 수 없는 존재요 현대인이 인간에서 초월할 수 있는 길과 방법, 초월 후의 모습을 명시한 우리의 하나다. 그리스도는 확실히 과학적으로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간 이상의 존재요 역사상 단 한 번밖엔 없는 존재다. 그는 성서를 통하여 2천 년 이래 현대인의 구원의 참된 길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을 촉구했고「나」와「너」로 부를 수 있는 오직 한 분의 존재를 우리에게 명시하고 또 죽음으로 증명했고 그것을 인간은 보았다. 그분이 바로「우리 아버지」라 했다.
현대인의 니힐리즘의 중병은「당신」을 찾고 긍정하므로 치유의 길이 열린 것이다.
우리는 무열왕릉의 기록은 믿으면서 또 고고학자들의 발굴을 보고 신라의 문화는 찬제하면서 성서는 왜 믿지 않는다. 성서가 곧「하느님의 말씀」이 나니고 하느님의 말씀을 머금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성경에서 현대인의 구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