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지나 겨울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해가 무척 짧아진 것 같다.
나는 매일 같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숙제를 다 하고 나가 놀도록 해라』하며 강요하였다. 그러나 낮의 짧음을 인식한 아이들은
『엄마! 나 지금 놀고서 저녁에 공부할게 응? 엄마!』
하며 졸라대니 나는 하는 수 없이 승락하고 말았다. 숙제를 다 하고 나면 벌써 날이 저물어 운동장에 나가면 친구들은 이미 자기 집에 돌아간 뒤라고 매일 까닭 없이 불안해하고 서글픈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어 승락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아들에게 좋은 학습 방업이 될 줄은 몰랐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방과 후에 하고 저녁식사를 일찍 한 다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었다가 공부를 하도록 하였더니 학업의 능률이 확실히 나타나고 나를 이해하는 아이들을 볼 때 생전 처음 인생의 보람을 느껴보았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앞으로 다가오는 추위 때문에 여러 가지 학습의 곤란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고 추위를 견디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감투정신을 키워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주일학교가 파하기가 무섭게 텔레비젼에 매달려 하루를 보낸다. 나는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떠보려고 텔레비전을 팔겠다고 하였더니 매일 같이 계속하던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정말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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