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작가 쏠제니친은 망명하여 그의 거처를 정할 때에『나의 조국처럼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나라를 택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때에 그에게 집중하였던 세상의 이목은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그를 핍박하고 추방까지 한 나라였으며 그의 자유와 생명까지도 앗으려 한 나라였지만 그것이 조국이었기에 그는 자기 나라를 사랑한 것이 아니겠는가. 인권을 유린하는 체제와 공포의 학정에 그는 항거하였고 그것을 작품을 통하여 고발하였을 뿐 눈 내리는 긴긴 겨울날 뻬치카의 불꽃이아름답고 사모와르가 끓는 그의 조국을 등진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조국이 없는 민족처럼 불행하고 가엾은 민족은 다시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나라 없이 짚시가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해온 유태인들이 겪은 수난은 곧 이를 증거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찾은 이스라엘, 그 사막의 땅을 기름진 초원으로 가꾸고 사면초가의 위험 속에서 배수진을 치고 사력을 다하여 싸울 수 있는 힘도 나라 없는 민족의 슬픔을 어느 누구보다도 뼈 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조국은 피와 살과 뼈와 생명을 나에게 준 거룩한 터전이다. 또한 우리의 후손들이 살고 가꾸어 무궁토록 번영시켜야 할 터전이다. 우리에게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이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이며 영광인가.
피를 나눈 형제여, 들어 달라.
우리는 우리의 조국에 대하여 긍지를 가지며 그를 끝없이 예찬하여마지 않는다. 그러나 또 때로는 어느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비판하고 준열히 힐난하기도 한다. 찬양이든 비판이든 이 경우 그 모두는 뜨거운 조국애의 발로임을 알아 달라.
『이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고 그리스도는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렇다. 진실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만이 그 자식을 칭찬하여 격려하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아픈 매를 때리기도 한다. 사랑이 없는 부모는 나무램할 정열도 자격도없는 사람들이다. 내 나라 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위기에 처한 나라와 국민을 두고 혼자만 약삭빠르게 도망쳐 구차한 생명을 부지하려 한다면 이야말로 가엾은 노릇이다. 우리 몸의 터럭 한 올까지도 이 땅에 묻어 조국의 거름이 되고자 소망하여야 한다. 그러한 소망을 가슴에 품은 국민이 나라일 때 사랑하올 우리의 조국은 힘 있고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자랑스럽고 영원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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