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들은 왜들 그러십니까. 모두들「매스컴 체질」이 아니어선가요. 도무지 일을 못해먹겠습니다. 천주교 담당을 때려 치우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모 일간지 문화부 종교담당 기자와 차를 한잔 나누는 자리에서 그 기자가 대뜸 내뱉은 말이다.
직감적으로는 취재협조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게로구나 생각하면서도 시침을 뚝 떼고 『무슨 일 때문에 흥분합니까』라며 다그쳤다.
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 기자의 말인즉,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원고 청탁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원고 청탁전화 자체를 달갑잖게 여기며 귀찮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 기자는 태중교우다. 형제ㆍ친척 중에 신부ㆍ수녀가 있는 독실한 신자가정 출신이다. 『신자기자가 교회를 위해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까. 여러 종교들을 취재하면서도 가능하면 천주교 관련기사를 더 많이 실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교회에서 이렇게 비협조적이니…』
그의 경험에 따르면 신흥종교와 불교의 교직자들이 취재에 가장 협조적이라고 한다. 그들은 신문에 자신들과 관련된 기사가 게재됨으로써 신자들과 지역사회에 그들의 명성을 떨쳐보려는 얄팍한 인기전술을 구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드러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제의 자세가 훨씬 돋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부님들이 「겸손」과 「전교」를 구분해서 매스컴을 대해주면 좋겠다』고 주문을 달았다.
가톨릭 일색의 가톨릭계 언론매체의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성직자의 글보다는 일간지 속의 성직자의 글이 신자들의 눈에는 훨씬 잘 띄며, 비신자들에게도 신선한 「생명의 말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올해의 홍보주일에 교황성하는 언론 종사자들에게 『종교에 대해 대중매체를 개방하시오』라고 촉구한 바 있다.
교황 성하의 메시지 속에서 교회 내 성직자와 홍보담당자들은, 언론인들이 가톨릭 신앙을 잘 다룰 수 있기 위해서는 사전에 교회 측의 최대한의 지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