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는 성소자, 학사님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저희들을 부르시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 그분은 노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시어 도움을 청하기도 하시고 어떤 때는 신부님의 모습으로 나타나 성소에로 인도하기도 하시고 또는 가정 분위기로 성소에로 인도하시기도 하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희들을 부르셔서 당신 뜻을 펴시고자 하심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소를 지니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을 하니 저에게는 형의 모습으로 오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 늘 형과 함께 있었습니다. 형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따라갔었고 형이 어떤 일을 하면 저도 역시 같이하곤 했었습니다. 당시 전 성소의 뜻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형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태정인 커서 뭐가 되고 싶니?』형은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형이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하니 저도 당연하게 그러나 막연하게 정말 막연한 마음으로 신부님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작년까지 거의 6~7년을 막연한 마음으로 「신부」라는 두 글자를 저의 미래에 적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내오던 중,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때까지 지녀오던 사제에로의 꿈이 어쩌면 「위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아무 뜻도 없이 실상 어려서부터 생각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이목과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밀어붙여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생활에 있어 확고한 구심점이 되어주지 못했기에 제 나름대로 그 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부터 많은 부분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하느님께서 다양하게 당신의 도구를 부르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성소에의 생각은 그저 형이 하는 대로 따라한 것이기에 저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머리는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때 역시 형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성소에 대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챈 형이 저를 불러 성소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예비신학생모임과 피정 등에 나가면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펴실 도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요나가 하느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도망을 치지만 결국 하느님의 손 안에 들어있음」을 저 자신에게서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에게 열려있는 선택의 길은 아주 많습니다. 많은 길이 우리들의 미래에 열려있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사제성소의 길, 아름다운 꿈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 길을 택했습니다. 아니 제가 택했다기보다 하느님께서 절 택하여 주셨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때로는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역시 하느님의 안배하심은 신비로와서 부르심에 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계십니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부르고 계십니다. 함께 이 길을 걷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제가, 아니 그분이 택하신 이 길을 마지막까지 걷고 싶습니다. 그 분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그 분이 뜻하시는 세상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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