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신심단체에 많이 가입하는 신자일수록 전혀 단체가입을 하지 않는 신자에 비해 기도를 많이 하고 피정이나 미사 등 전례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교회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재차 확인되고 있다(가톨릭신문 5월28일자 1면).
본사가 작년 9월 발간한 사회조사보고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한 이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한번 이상 기도한다」는 설문에 대해 단체가입자는 72%가 응답한데 반해 비가입자는 불과 45%만이 이에 답하고 있다. 또 「한 주일에 한번 이상 성경을 읽는다」에 대해서도 단체가입자는 절반에 가까운 47%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미가입자는 25%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외 미사참례빈도ㆍ입교권면ㆍ피정참여도ㆍ본당공동체의식 느낌정도 등의 항목에서 적어도 1개 이상의 단체에 가입하고 있는 신자는 그렇지 않는 신자에 비해 참여율이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비록 이 통계는 우리가 이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을 수량적으로 가시화하고 재차 확인시켜주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도시 본당에서 이른바 「주일신자」로 전락한 많은 사람들을 「열심한」신자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사목적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5천~1만 명을 포용하는「맘모스」같은 대도시 본당에서는 본당사목자의 사목의 손길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주일미사참례 정도로 신앙을 근근히 이어가는 「주일신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본당 신자들과 공동체적 친교를 전혀 또는 거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비록 개별적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으나 「신앙공동체와 분리되면 신앙심이 쉽게 식는다」는 사목의 상식에 비추어 보면, 이들 중 태반은 신앙심이 약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본당 사목자와 평신도지도자들이 취할 일은 이들의 단체가입을 적극 추진하는 일이다.
본당들이 신자들의 단체가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각 단체 회원들의 개별적인 권유에 내 맡기는 경우가 보통이다.
본당 사목자는 적어도 1년에 몇 차례 정기적으로 미사가 끝난 뒤나 본당차원의 큰 행사가 있을시 본당 내 각 단체와 교구차원의 액션단체를 소개하고 가입을 적극 권유해야 할 것이다. 「본당 내 수십 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므로 관심있는 사람은 가입하겠지」하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세상 사람들에게 직접전교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천주교회가 이렇게 있으므로 신자가 되고픈 사람은 성당부문을 두드리겠지」하고 생각하는 것과 논리상 구조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본당 사목자나 평신도 지도자들은 우리나라 신자들의 4분3정도가 「평신도 사도직은 신심단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2백주년 기념 사회조사보고서 설문32항 참조).
따라서 사목자는 단체 미가입 신자들에게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 신자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한 몸에 결합되기를 원하셨으므로 조직적 사도직은 평신도들의 인간으로서의 욕구와 그리스도 신자들로서의 욕구에 잘 부합하는 것(평신도의 사도직에 관한 교령18)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한편 교회당국은 단체 미가입자들이 왜 단체가입을 꺼려하는가도 이들의 입장에 서서 분석해봐야 한다. 신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입할 엄두가 나지 않아 가입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기존 단체의 활동상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단체가 없어 미가입하는 경우도 필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중 60%가량이 적어도 1개 이상 단체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단체가입자중 얼마나 「열심히」활동하고 있는지는 이 수치와 직접 관계없는 것이다.
특히 본당단체보다 전국규모나 교구차원의 단체일수록 활동율이 저조하다.
우리는 공의회문헌이 지적한 것처럼 각종 단체의 목적 및 활동이 단체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완수에 이바지하는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즉 사도직 단체들이 구성원의 신심앙양과 아울러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성화하며, 그들의 양심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육성하고 여러 환경에 복음정신을 침투시키고 있는지(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20)를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 세상을 성화시키는 일은 뒷전으로 제쳐둔 채 회원간 「친목도모」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단체는 없는지 우리 각자는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 사회 각 방면에 대한 사도적 활동 중 누락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지도 아울러 살펴봐야 한다.
사실 정평위나 정의구현 사제단 등 소위 「현세질서의 복음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 중 많은 경우 정치ㆍ사회문제에 편향된 반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변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황금만능주의 풍조 등 그릇된 가치관의 시정이나 여성지위문제ㆍ인신매매 마약 등 제반 사회적 문제의 교정에는 등한히 해온 감이 없지 않다.
폭넓은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서울 YWCA의 회원 8천명 중 가톨릭신자가 10%인 8백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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