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여늬해와 다름없이 거리엔 그 싱싱했던 잎들이 노오랗게 퇴색되어 떨어져 뜻하지 않은 바람을 맞아 사정없이 거리를 뒹구는 초겨울이 다가왔다. 시간과 공간을 쪼개어 놓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은 작은 시누이의 죽음이다. 언제나 말이 적었다. 어떤 땐 곁에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할 말만 한다.
그러나 제 조카는 끔찍히도 좋아해 주었다. 말 대신에 귀여운 듯 찰싹 때려주든지 손등을 살짝 물어주지만 더 못 견디게 귀여울 땐 더 세게 더 아프게 물어주었다. 그렇게 해서 고모를 알게 하고 익히게 했다. 말없이 한 닢을 어린 손에다 꼭 쥐어주고는 아쉬운 듯 떠난다.『잘 사소』하고 김치에서부터 고기가 생기면 고기, 담배가 생기면 담배를, 심지어는 양말짝까지 보내며 멀지 않은 사이를 서로 정을 보내며 오갔다. 그러던 그가 그렇게도 애타게 바라고 기다리던 애기를 낳고는 어이없이 가버렸다. 남들처럼 애기를 얼르고 키우면서 행복되게 살려고 알뜰하게 청결하게 살다 죽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남에게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하고는 갈 때는 스스로 무서운 고통을 겪고 가는 것일까. 정말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젊었다고 방심해서도 안 되겠고 노령을 서러워해서도 안 됨을 또 우리의 생명은 오직 주님의 뜻에 달려 있기에 시시각각 주님의 은총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깊이 느낀다. 이 한 달 이 한 주일 이 하루 이 한 시간을 무사히 지나게 해주신 주님께 항상 감사드려야겠다.
낙엽을 긁어 모아 태우는 훅훅한 냄새가 죽음을 태우는 뜨거운 열기인 양 내 가슴 속에 확 달아 느껴져올 때 하얀 연기 오르는 끝 따라 겨울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며『주여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길이 평안함을 주소서』하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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