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또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마주하게 되었다. 며칠 있으면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설레임이 가슴마다 거리마다 넘실거릴 것이다. 징글벨 소리와 함께 맘이 들뜨는 이맘 때면 한 해를 덧없이 보낸 회한에 잠기는 순간이 많아진다. 지나온 한 해에 대한 회한이 크면 클수록 새해에 희망을 걸면서 새해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그 새해가 다시 묵은 해로 바뀌면서 역시 회한만 남는 것이 상례다. ▲회한만 남기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한은「뉘우치고 한탄한다」는 뜻이고 회개는「잘못을 뉘우치고 고친다」는 뜻이다. 즉 회개는 생활의 만비를 자각하여 죄인임을 반성하고 그로부터 일탈하려는 뜻을 세워 새로운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회한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신음하고 근심하는 데서 그치고 만다. 반면에 회개는 그릇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여 그 결과로 전혀 달라진 생활을 하는 데까지 이른다. 즉 회개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가는「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한은 정적인 개념이고 회개는 동적인 개념이다. ▲이 같은 회개의 개념을 모르는 바 아니겠으나 보통은 회개까지 이르지 못하고 회한에서 머물고 만다. 기도문을 외울 때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하며 가슴을 치고는 기도가 끝나면 가슴을 친 사실조차 잊어버리기 일쑤다. 무심결에 습관적으로 가슴을 치기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는 누구나 혹은 무엇을 원망하기에 앞서 일단 자기 탓으로 돌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구속자를 위한 기도회에서도 정객들을 힐책하기에 앞서 스스로 무언가 뉘우치기부터 한다. ▲어쨌든 뉘우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은 바로 회개의 시작이요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을 뉘우치는지도 모르고 무심결에 가슴을 치듯 습관화되거나 회한의 상태에서 진일보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회개」에다 굳이「쇄신」을 덧붙이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가슴을 치고는 성당 밖을 나서는 즉시 부조리한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1974년을 마무리하면서 회개의 참뜻을 묵상해 봄직도 하다. 또 다시 똑같은 회한을 남기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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