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우리 본당에 낼 것을』하고 느꼈을 때는 버스는 벌써 여러 정류장을 지나고 있었다. 아주머님을 뵙자 속히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주머니께서는 어려운 생활 중에라도 내가 방문할 때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들추시며 오히려 위로하려고 온 나를 격려하시기에 여념이 없는 그분이 보고 싶기도 하여 찾아가곤 한다. 아주머님 집으로 가려면 성당을 지나게 된다. 주일이고 하여 미사에 참석할 양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연히도 그날이 그곳 본당 신부님 본명 축일이었다. 나는「잘 왔구나」싶어 미사가 끝난 뒤 축하식에 참석했다. 신부님께 축하도 드릴 겸 본당 신부님께 향한 그곳 신자들의 효도와 정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과연 신자들의 정성도 지극하였고 성당도 부유하기에 변두리 작은 우리 본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자꾸 우리 본당 신부님이 생각나서 가벼운 질투마저 느꼈다.
이어서 축사가 있고 나서 신부님의 답사가 있었다. 말씀 중에 특히 내 귀에 들어오는 말씀은 교우 여러분이 두 식구라면 당신과 합하여 세 식구로 생각하시고 세 식구일때는 네 식구로 당신을 여러분들의 한 식구로 생각하여 달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진실로 우리 신부님을 우리 식구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무튼 그곳 신부님은 행복스럽게 보였다. 나는 나그네답게 가만히 앉아서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말들에 귀를 기울였다. 젊고 아주 인기가 좋으신 분 같았다. 나는 곰곰 생각하였다. 우리 본당 신부님도 이곳 신부님 못지 않으시다고. 새벽미사에 참석할 때마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벌써 고백소 앞에서 신자들을 기다리고 계시는 우리 신부님을 볼 때마다 마음 든든함에 이곳 본당 신자들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고 당신들처럼 많은 선물로 신부님을 기쁘게 해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우리가 신자 본분을 다하여 신부님께 사랑을 드리고 당신은 우리 신자들을 사랑하시는데 부러울 게 무어냐고 앞에 계신 성모님께『우리 신부님 더욱 사랑하소서』하니 흐뭇함이 가슴에 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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