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종명은 Homo Sapiens.
사람도 따지고 보면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모욕적인 언사라 흥분할 필요는 없다. 우리 주위엔 아직도 이러한 동물적인 잔해가 너무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시암」산 금붕어의 싸움은 몸의 크기나 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승부의 판결은 제 보금자리와의 거리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 센 놈이라도 제 집과의 거리가 멀면 자기보다 훨씬 적고 힘 없는 놈에게 속절없이 지고 말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니꼽게 텃세를 부리는 것도 원정 간 축구팀의 아나운서가 홈그라운드의 유리한 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류의 것들이다. 참피언 스카우트의 권투 선수처럼 땡하고 울리는 종소리에 느닷없이 공격을 가하는 개의 싸움을 볼 수가 없다. 한참을 으르렁거린다. 시장바닥이나 막걸리집 앞에서 벌어진 사람의 하는 짓이 이와 비슷하다. 『네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냐』사돈의 팔촌에서부터 족보의 선반 위 먼지까지 다 털고 난 다음에야 「ㅅ」자 발음이 부지런히 오가고 주먹이 휘딱 날아간다. 으르렁거리는 개의 생리작용과 다른 것이 없다. 신경이 자극되고 호르몬이 분비되고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혈당으로 변하고 후딱 나도 모르게 뺑하고 주먹이 휘나른다.
뜸북새의 일종인「워터ㆍ레일」은 부리가 유달리 예민하단다. 한 번 찍으면 댓죽도 에누리없이 쪼개어진단다. 그렇지만 새끼의 머리 위엔 주교님의 빵모자처럼 빨간 색의 동그라미가 있단다. 큰 놈의 눈에 번쩍 뜨이게 하기 위해서란다.
제 동족의 멸살을 막기 위해서 이란다 이리가 항복을 할 땐 상대방의 사나운 이빨 앞에 목덜미를 갖다바친단다. 동족의 급소를 보고 무참히 한 이빨에 죽여버릴 수 없는 본능의 제어작용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란다.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까지 내어 주라…』그래서 너의 왼뺨마저 후려갈기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 오른뺨마저 때릴 수 없게 하기 위함에서이다. 이리의 싸움이 나에게 이 어려운 성경 말씀을 터득케 하였노라. 행동생리학자인 로렌스는 무릎을 쳤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람은 순수한 동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가시관을 씌우고 수없이 편태케 하였다. 그리고 군중을 향해 소리치지 않았던가.「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동물의 속성을 버릴 수 없는 인간. 이성인 지성인 예지의 인간 HOMO SAPRENS의 답이 과연 어떠했던가!
날카로운 발톱 사나운 이빨 맹수에겐 이러한 무기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해서 안 될 경우엔 생리적인 제어작용이 동시에 주어져 있다. 자멸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람에겐 맹수와 같이 날카로운 무기가 주어져 있지 않다. 동물에서처럼 그렇게 충실한 생리작용도 없다. 그렇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투기는 동물의 그것과 감히 비교할 수가 없다. 무서운 위력을 갖고 있다. 무엇인가이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만 한다. 봉사하지 않아도 좋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지만 인간의 권력이 인간의 재화가 나의 우월함이 나의 지능이 나만의 일류 학벌이 나의 동종인 이웃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면 예지의 인간 H0m0 Sapiens는 영원히 이 땅에서 그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을 게다. 그대의 위대한 학명 Homo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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