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추계 주교회의에서 앞으로 십년 후에 다가올 교회 창립 2백주년을 계기로 성직자가 부족한 외국에 선교사를 파견할 수 있게끔 한국외방전교회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채택 가결됨으로써 현재 규약의 작성 및 준비작업에 착수하였음은 실로 한국교회 사상 획기적이고도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돌이켜보건대 1784년에 북경에서 영세 입교한 이승연에 의하여 복음이 우리나라에 전수되고 1785년 3월경 서울 명례동(現ㆍ명동)의 김절우(도마)의 집을 교회당으로 삼아 수십명의 신자들이 모여 최초로 한국천주교회가 창립된 후 수 차례 교난을 겪으면서 순교 선렬들의 눈물어린 호소와 우여곡절 끝에 1831년 9월 9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는 북경 교구로부터 한국 교회를 분리함과 동시, 창립된 대리감목구를 창설하고 불인 브뤼기애르 소 주교를 임명 파유하여 한국 교회를 불란서 파리외방전교회로 하여금 전담케 함으로써 이후 줄곧 그들의 돌봄에 의해서 성장해 왔다.
한국 교회는 이제 자립한 지 오래지는 않지만 1백만 명의 교세를 보유하게 되었고 약 650명의 방인 성직자가 사목하게 되었으니 명실공히 하느님의 왕국, 하느님의 백성의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제 성년 한국 교회로서의 사명을 마땅히 수행할 때가 온 것이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력을 바탕삼아 선교의 영역을 넓혀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사제 성소가 감퇴일로에 있는 세계교회의 추세로 보아 목자 없는 양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도들의 행적이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으며 또한 그리스도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의 집의 포도밭을 가꾸어 줄 정도라면 내 집 포도밭은 의당 잘 가꾸어져 있어야 한다. 본지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모 교회에서는 교구 사제단 일동이「목자를 보내 주오」라는 안타깝고도 애절한 호소를 한 바 있으며 당해교구 본당 중 3분지 1이 사제가 공석이라니 진정 내 포도밭은 잘 가꾸고 있는 것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의회는 복음정신에 합당한 교회 현대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를 대화라고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교회 내에서도 시노드, 세계지역단위주교회의, 국가 단위 주교회의 등의 중요성과 상호 협력을 강조하고 있을진대 한 나라 안에서 교구 상호간에 가능한 지원문제마저 주교단의 협의를 통하여 해결될 수가 없다면 진정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주교 공동체성은 주교직의 특미인 동시 이것은 구원의 공동체성이요 또한 교회 전체의 공동체성을 의미하는데도「로마」와 직결된 각 교구는 교구 독자성이라는 전통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한 나라 안에서도 교구마다 서로 문을 굳게 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아울러 한국 교회는 외국에 선교사를 파견하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각 교구간에 다소 성직자의 교류가 없지는 않으나 어려운 교구 형편이라 할지라도 보다 더 어려운 교구를 돕기 위하여는 그리고 양의 우리를 골고루 돌보기 위하여는 사제 충원 계획에 있어 초교구적인 제도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이 바람직한 일이다. 신비체의 한 지체가 괴로우면 다른 지체도 괴로운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사목을 위하여는 사제일인당 신자 교가 1천 명을 상회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신자 수 1백만에 사제 총원을 약 1천 명이라고 보면 실제 일선 司을 담당하는 사제 수는 약 3분의 2인 660여명에 불과한 것이니 사제 1인당 신자 수 1천5백 명의 비율로 나타나며 그마저 균제성이 없으니 우리나라는 비교적 성소가 많다 하더라도 장래를 보아 그다지 낙관적일 수만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약 1천명의 사제 중에는 외국에서 한국에 파유되어온 각 전교회 소속 신부가 약 3分의 1인 3백30여명으로서 이들이 고난을 무릅쓰고 우리 교회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따라서 예외가 없지는 않으나 우리 교회는 아직도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라고 본다. 또 한 가지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내 타교구의 성소나 사제 부족에 대하여 아무튼 지원이나 대책이 없다는 무시하지 못할 현실인 것이다. 가까운 이웃도 도울 수 없는 게 먼 이웃이 도와지겠느냐의 문제이다.
이상의 문제들이 한국외방전교회의 발족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이의 창설을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국교회 자체가 선행적 혹은 병행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외방전교회가 발족되어 10년 후에 훌륭한 결실이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의 창립과 성패 여부는 오직 한국 교회 전체 크리스찬의 관심도와 협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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