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철야기도회가 명동 대성당에서 있었다 신자들의 기도에서 수감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의 기도를 들으며 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주님께 기도했다.
『주여! 이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주님의 무서운 침묵을 깨뜨소서』하고.
자정이 지나서 기도와 묵상 성가. 신부님들의 강론이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도 졸린 눈을 비비며 지금 이 순간에도 차디찬 냉방에서 기도하고 계실 지 주교님과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주님께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제단에선 몇몇 신부님들께서 열심히 기도하고 계셨는데 그 중에 외국인 신부님들을 보고 난 정말로 뜨거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낯설고 물설은 먼 타국에까지 오셔서 오로지 복음을 전하는 성직자로서 오롯이 이 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 봉사하고 계시며 또한 이 추운날 철야기도까지 하고 계신 그 모습을 볼 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을 외국인 성직자 추방 운운하는 것을 들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성직자로서 그분들의 뜻은 오직 하나! 천주님이 창조하신 고귀한 인간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 기도와 또 나아가서는 행동으로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가두 시위에도 나서시는 것이 아닌가. 자기 몸이나 편하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면 이렇게 추운 날 철야기도까지 하실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가난한 우리나라에까지 오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의 뜻인데 혹 무슨 실수가 있었다 해서 추방 운운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대접이라고 생각한다.
난 진정 이 나라 국민으로서 정중히 사과드리고 싶다.
그리고 무슨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시고 좀 더 많은 기도와 복음을 전해 주십사고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도 추운 성당 안에서 두 손을 모으시고 무릎을 끊고 계시던 눈이 파랗고 머리가 노랗던 신부님들을 생각해 본다. 주여 이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시어 어려운 여건하에 그분들이 뿌린 씨앗을 풍성히 열매 맺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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