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진 자 다 내게로 오라』그는 나를 이렇게 불러주었다. 정말 그 어려운 일을 용케도 마쳤을 때의 시원함을 나는 맛볼 수가 있었다. 무거운 짐을 벗었을 때처럼.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그 시원함을 맛보기 위함에서이다. 진정코 삶에 지쳐버렸음이 아닐진대 흐트러진 책상 서랍을 정리해 두고 교과서 꺼풀을 말끔히 다시 단장한 뒤 책상머리에 앉아 부풀어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듯 이 해가 다가기 전 어서 빨리 내 주위를 정리해 두고 싶다.
어젯밤엔 아쉬운 꿈을 꾸었다. 그는 천사처럼 내 주위를 맴돌다 그만 멀리 사라져버렸다. 아쉬움만을 잔뜩 남겨둔 채 영영 내 손에 와 닿진 않았다. 사랑의 창조는 참 멋드러진 이야기다. 눈에 와 닿는 것 손으로 그 귀함을 만져볼 수 있는 삶이 있음은 더욱 멋드러진 일이다.
나에게만 주어진 삶이기에 사랑의 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사람과 사물과의 만남 속에 세상이 있고 내가 이 절박함 속에서 그에게 가까이 가고 그 속에 들어갈 수가 있고 그를 이해하고 모든 세계는 비로소 나의 것이 되고 나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을 게다. 그래서 우리는 가슴을 열어야 한다. 내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아무 것도 아무리 좋은 것도 아무리 선한 것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접근할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에게 설 자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 주자. 조금만 더 나에게 솔직해지자. 들에 핀 한 송이 들국화. 나 그에게 좀 더 솔직히 대하였던들 좀 더 정직한 마음으로 좀 더 정성된 겸손으로 좀 더 넓은 아량으로 그를 인정하였던들 어느 동화에서처럼 필경 그는나를 볼 수가 있었을 게고 나를 향해 방긋웃음을 띄었을 게고 솔로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게다.
모든 것이 새로움뿐이다. 맑은 것도 헌 것도 오래된 것도 미세한 것도 경천한 것도 일상 늘 대하던 것도 우리게겐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내가 있기 때문이다. 너를 발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숲속에서 길거리에서 추하고 가난한 것에서 나 어찌 당신을 볼 수가 없단 말인가. Du .Du Du und Ich. lch und Du.. Du. 부버의 육성이 귀에와 닿는 것 같기만 하다.
한없이 차가운 말할 수 없는 육중한 대리석 앞. 그래도 뜨거운 마음으로 열띤 정열로 조그만 정을 들고 네 앞에 도사려 너를 보는 마음 삶을 詩化코자 하는 마음 필생의 조각을 완성코 싶은 마음.
한낮이 가면 밤이 오듯 또한 삶이 가면 조용한 죽음이 올 게다.
일체의 정숙함에서 또다시 타오르는 그리움에서 그 남쪽 나라를 떠나기 전 크리스티네 백작을 숨쉬며 노래하던 괴테의 노래를 읊조리리라. 죽음이 오기 전 나의 희열이 끝나기 전.
그 늪을 우리는 거니노라/ 아무 생각도 없이 행복하게/ 언덕 위엔 흐느끼듯이 별이 소리치노니/ 서쪽에선 한 줄기 강물이 흐르는구나/ 속삭이듯 조용한 이별의 고별/ 내 가슴을 쥐뜯노니/ 방황하는 마음/ 극을 향하다 다시 극을 찾고/ 멀리선 또다시 우리의 만남을 손짓하는가/ 그대는 나에게 그 기쁨을 약속하도다/ 정말이기만 한가 나의 혼백이여/ 이 사람아 의심치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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