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임자년 쥐해다. 쥐 중에도 푸른 쥐(甲子), 붉은 쥐(丙子), 흰 쥐(戊子)가 아니고 흔해빠진 검은 쥐라서 붉은 쥐해의 병자호란 같은 변란이 예상되지 않는다고 하니 무사함을 비는 맘에서 일단 안심은 된다. 지난해 돼지해에는「혼란이냐 안정이냐」고 하도 윽박지르는 바람에「안정」을 택했지만 안정을 누려볼 겨를도 없이 나날이 팽창되는 불안에 떨기만 하다가 쥐해를 맞이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쥐에 관한 것들이 많다. -어느날 고양이의 공포에 떨린 쥐들이 구수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난폭한 고양이의 기습 공격에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영특한 쥐 한 마리가 발언권을 얻어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쥐들은 그 의견에 만장일치하고 기립박수로 대환영했음은 물론이다. ▲잠시 후 흥분이 다소 가라앉아 생각이 많은 쥐 한 마리가 심각한 표정으로『그러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고 물었다. 장내는 일시에 무거운 침묵과 공포가 쫙 끼쳤다. 쥐들의 이마엔 굵은 주름살이 더욱 깊어갈 뿐 태풍일과 후의 고요가 칠흑 같았다. 고양이에게 쫓겨 술독에 빠진 쥐라도 있었다면 큰소리 치며 나섰을지도 모르고 기가 찬 고양이가『쥐 이놈! 너 술 깨거든 보자』하며 목을 들이밀었을지도 몰랐다. ▲이 우화는 사랑과 정의를 입으로는 부르짖으면서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약점을 아프게 꼬집고 있다.「인간」이 목적이 되지 못하고 수단으로 추락돼 버린 공산주의 치하에서 이 우화는 그대로 적중되고 있다. 어느 누가 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광적(狂的)인 독재자의 칼날이 시야를 막고 있는데…. ▲다행히도 우리는 민주 사회의 자유인으로서 중진국으로 발돋음하는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었다. 특히 올해는 임자년이라 子는 滋와 같은 뜻으로 만물이 차츰차츰 생장함을 의미한다고 하니 근대화에 무조건 희망을 걸어야겠다. 연말의 대연각 화재가 상징하는 인명경시(人命輕視)사상과 물량 위주 배금주의가 질식될 때까지 기도하고 행도하면서 희망을 가져야겠다. 우리는 크리스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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