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전국 각 본당에서는 불우한 이웃들을 찾은 자선 행렬들이 줄을 이었다. 이 중엔 몇 년 간 꼬박꼬박 모아온 저금통을 깨어 보낸 꼬마가 있는가 하면 학생ㆍ부녀자들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주머니들을 털어 정성어린 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위의 떠들썩했던 연말연시의 풍경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흐뭇한 정경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선이 불우한 이웃들에게 과연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었던가 하는 문제는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온정의 손길이 영하의 추위에 떨고 있는 형제들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주거나 서신적인 외로움을 달랠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이들의 생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했다. 오히려 이들에게 앉아서 남의 도움만을 기다리게 하는 의타심만을 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근래에 와서 우리 교회에서는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가 하면 가난한 형제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우리 교회에서 이들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그 중엔 무주택자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 주는 등 괄목할 만한 업적들도 전혀 없는 게 아니나 겨우 몇몇 단체에서 연말연시 위문 정도가 고작이 아니었던가?▲오늘날 우리 주위에선 옹기종기 들어선 찌그러져 가는 판자집들을 비집고 웅장한 교회기관의 건물들이 버티고 들어선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웅장한 건물의 그늘에서 가난한 우리의 형제들이 바쁘게 들락이는 자가용 차량들의 행렬에 선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서글픈 실정이기도 하다. 도회지 본당의 그 엄청난 예산 중엔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이제 우리 교회도 말로만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도와야겠다. 동시에 신자들의 자발적인 자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모색돼야겠다. 받는 사람들에게 의타심만을 길러줄 위험이 있는 소비만을 위한 비생산적인 자선은 지양돼야겠다. 한 짐의 떡이나 과자보다는 우선 한 대의 손수레 한 마리의 돼지 새끼가 이들에겐 어쩌면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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