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많다.『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등이 있다. 사람이 말 없이 살 수는 없으나 올바르게 말하고 연시에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말 중에도 아무 근거 없이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는 악종에 속한다. 유언비어는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힘을 갖고 있다. 유언비어는 民心을 혼란시켜 사회의 기초를 흔들리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그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언비어를 무기로 적국을 침략하는 전법도 있는것이다.
요즈음에 와서 유언비어가 심해진 것 같다. 대연각 회재를 둘러싼 유언비어라든가, 국가 정책에 대한 것이라든가 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상당한수의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 지상에 보도되었다.
사실 지난해 12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은 전국 32명 검사장들 접견에서『검사장들은 직책 수행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기 바라며 특히 영리 목적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유언비어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독소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 우리는 이러한 경고가 없었더라도 유언비어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유언비어를 퍼뜨리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것이며 국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는 뜻에서 유언비어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유언비어라는 그 현상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유언비어가 생기는 원인을 발견하고 그 근절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어느 사회이든지 인간으로 형성된 사회 내에는 어느 정도의 유언비어가 나돌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언비어가 너무 많이 떠들면 사회는 위험하게된다.
유언비어가 많은 사회는 대개 두 가지 종류의 사회로서 양자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첫째는 불신사회이고 그 둘째는 은폐된 사회이다.
불신사회는 서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말하는 것으로서 듣는 말보다 자기 자신의 추측을 더 많이 믿는 사람들의 사회이다. 사람이 서로 믿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결정한 것을 개인 유익을 위해서 자주 또는 쉽게 전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조가 없는 곳에 불신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가 不信사회라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 또 국민과 국민 사이에 상당히 많은 不信이 형성돼 있다. 그래서 유언비어도 많은 모양이다.
그러니 유언비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자들은 사람도 믿을 줄 알음으로써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공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은폐된 사회란 비밀이 많은 사회를 말한다. 우리 교회 내에도 상당히 많은 유언비어가 또 돈다. 그것은 교회 내에도 비밀이 많다는 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 사회에 비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개되는 사항이 적다는 것을 말하며 또 본능적으로 알기를 원하는 인간은 욕구 불만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정보망을 만들게 되며 따라서 유언비어도 범람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근거 없이 떠도는 말을 단속하기에 앞서 공개된 사회 개방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는 것이다.
유언비어는 강제로 막는다고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정당한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제거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전혀 비밀이 없을 수 없으나 어느 정도의 성실성이 보여지고 언론이 제 구실을 하는 곳에서는 유언비어도 그만큼 감소되는 것이다.
끝으로 교회 내의 유언비어에 대해서 신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 내에도 상당히 많은 유언비어가 나돈다. 이것은 주교와 신부 또 신부와 평신자 간에 불신이 있다기보다 교회 당국에 비밀이 너무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좀더 서로가 솔직히 대하고 잘못된 점이나 실수를 은폐하기보다 이런 것을 용감히 공개하고 시정해 가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못한다면 선의도 곡해될 수 있고 상호 간의 신뢰도 약화될 수 있으며 신앙인의 단체인 교회가 불신사회로 변모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세상에 신앙의 불을 놓는』사명을 망각한 교회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가톨릭교회를 신뢰의 사회, 공개되고 개방사회를 신뢰의 사회, 공개되고 개방된 사회로 만들 수 있드는 것을 체제에 다시한 번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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