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신의 존재를 회의하다고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이 문제에 관한한 동양인으로 태어나서 종교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대에 와서 신을 생각할때 어느 장소에 어떤 형상을 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아닌것이며 공포로 인한 경배의 대상 또는 이기적인 기복의 대상이 아닌 것을 지식인들은 다 알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자기 모습대로 만드셨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도 하느님은 인간들 속에 있으며 우주의 구석구석에 무소부재하며 우주의 질서와 진리와 정의의 원천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게 된다.
동양에는 옛부터 흔히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고 착한일을 한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써 갚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화로써 갚는다(명심보감)고 한 말이 있다. 공자는 말하기를『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면서 비근하게 밑으로부터 배워서 위로 천명을 깨달으니, 나를 아는 이는 하늘 뿐이다. (知我者其天乎- 논어)』하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사유는 신앙의 사람이 되는데에 자연스럽게 도움을 준다.
오늘날 우리가 보다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하나의 정의로운 질서로 존재하는 하느님을 사람들이 바르게 따르고 실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것이어야 할것 같다. 우리는 온통 그의 것인 이 세상으로부터 하느님을 납치하여 교회의 조직속에 감금하려 드는 어리석은 일을 벌이고 있지나 않는지. 그리하여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다 밝혀져야 할 정의를 눈감아 버리고, 우리는 주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 섬기고 있다고 경건하게 예배드리고 있는것이 아닌지.
감히 외람되지만 하느님의 부랑아의 눈에 비치는 회의는 이러한 것들이다. 왜 가톨릭 신자의 거의 반수가 살고있는 라틴 아메리카가 가난과 독재의 땅인가. 미국에서 스펠만 대주교는 왜 월남전을 지지했고 베리건 신부는 반전시위대를 이끌고 병무청에 방화를 하였는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가톨릭은 무엇을 하였는가. 한국에서 지난해에 발표된 가톨릭 주교 공동교서는 국민의 존경을 모았다. 그러면 오늘 그리고 내일에 있어서 2차공의회 결정서가 가르치는 공동선ㆍ사회정의ㆍ전쟁방지ㆍ대화의 사명을 민족통일에까지 연관하여 영향을 주고 실천하고 있는가. 어려움이 있으면 있는대로 교회가 하나의 하느님, 하나의 진리에 대한 신앙으로 일치되어 있기는 한 것인가.
만약에 이 모두가 여의치 못하고 불분명하다면 우리는 어떤 진리의 권위아래 교회에 모여 있을수 있는가. 성사를 통한 개인적인 구령(救靈)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신앙은 역사와 사회 속에 빛을 부어 넣었고 공헌을 하였는가.
이 일련의 문제의식 자체는 겸허나 박애 그외의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흐려져서는 안될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진보와 하느님 세계의 완성을 위해 가는 길에 반역하는 일이기 때문이며「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하는 욕을 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격도 없이, 채권자의 서두름처럼 초조해하지 말고『잠자고자 하는 자신을 꾸짖지 아니하고 하루를 하루로서 마칠수 있게 해 주옵소서』(제르파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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