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머니의 기도에 담긴 사랑과 정성을 당연하고 평범한 것으로 여긴 자신의 무정과 무지함을 깨닫게 하였으며, 욥의 고난에 역사하신 하느님 야훼의 신앙적 교훈을 잊은 채 고난에 처했을 때 원망하고 고통스러울 때 불만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해냈다고 자랑하고 자만했던 지나간 삶을 부끄러이 되돌아보게 했다.
내가 하찮은 일, 예컨대 열심히 교회에 봉사한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재수하는 아픔을 겪는다던가, 진실하게 살면서도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거나, 나의 도움으로 성공한 친구가 배신하였거나, 훔치고 빼앗는 자들이 잘살고 건강할 때 나는 가난하고 병들 경우, 이를 타산적 저울질로 하느님을 원망하고 그 은혜와 권능을 의심하여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멀리 하였던 것을 참회하는 심정이 되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럿에게 하느님의 기적을 말했고 어머니의 기도가 나를 구한 신비를 자랑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냉담자로 지냈어도 남을 향해 교회를 비방하거나 하느님의 존재를 회의하는 말을 한 적은 없었음에도 무슨 연유인지 냉담자의 자리에서 떨쳐 일어서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기적의 은혜를 입고 어머니의 기도에 감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앙을 되찾지 못했다. 분명코 나는 통회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회사 일에 몰두 했다. 하느님 교회, 신앙 같은 것들은 당장 발등에 불붙은 생산성 재고, 운영자금 염출, 기술개발 따위의 회사 업무에 가리워 잊혀졌다. 이렇게 살며 맞은 80년은 또 한 차례의 시련기였다.
두 번째로 전 세계를 휩쓴 「오일 쇼크」의 여파로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자 판매는 급격히 떨어졌고 원래가 불량했던 재무구조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갔다. 적자는 엄청난 규모로 쌓이고 하루 소요자금을 메꾸기가 힘겨워졌다.
본사는 경영개선을 위해 약속한 증자를 미루기만 했으며 조업의 간헐적 중단 사태에 실망한 종업원들은 속속 회사를 떠났다. 모회사의 미온적 태도와 대우상 현격한 차이에 불만을 지닌 종업원들은 노조를 결성, 모회사로 몰려가 데모라도 벌일 기세였으므로 나는 아래로는 힘없는 위임경영자에 위로는 성가신 존재가 되어갔다.
자연히 나는(社主)인 회장을 향해 자주 직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계열사 경영관리에 관련된 중역들과 입씨름을 벌여야 했다. 줄담배에 하루도 정상적으로 퇴근해보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묘수의 꼬리조차 보이지 않는 마라톤 회의는 연일 열렸고 질책과 신경질이 늘어 갔다. 주위에서 부러워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서서히 깨져갔고 단결도 풀어졌다.
부도를 막느라 마감시간이 지나도록 은행창구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했으며 하루의 일과는 자금 빌리는데 보내야했다. 능히 경영위기를 넘기도록 지원할 힘이 있는 모회사의 소홀함에 분개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자꾸 커갔다.
나의 내부로부터 인내하고 관용하며 이해하고 기다리는 긍정적 사고의 힘이 소멸되기 시작했다. 사주가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하면서도 가난에 허덕이고 부도에 떠는 방계기업을 외면한다는 불의와 비윤리성을 미워해 적의를 품었다.
신앙의 힘이나 신앙인적 생활자세를 지녔었다 해도 어려운 상황이고 정신적 갈등 이었는데 이미 신앙의 여린 씨앗은 겨우 잔명만을 부지해 오고 있던터라 나를 좀 더 굳건하게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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