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목요일 아침 8시 30분-, 급한 마음 같아서는 밥을 안 먹고 곧장 나가면 딱 좋겠다. 9시30분까지 가려면 그래야 시간이 맞는다. 고추 다듬는 어머니고 숙제하는 아이고 아직 자는 남편이고 「다 버리고」훌쩍 나서야 시간 지킬 줄 아는 문화인이 된다. 것보다도 「우리 모임」이 처음 모시는 장의 신부님 강의를 처음부터 듣고 싶은 욕심인거다.
바쁜 신부님이라 한가지 밖에는 강의를 안 하실 거라니 밥 먹고 치우고가면 가나마나다. 그래서 6시에 일어나 큰애 밥 주고 도시락 싸 보내고 짬짬이 세수하고 머리 빗고, 셋째 애 억지로 깨워 숙제하게 하고, 둘째 애 학교 보내고 한 거니 이제 『나 피정에…』하고 내빼면 된다. 근데 눈치 없는 배는 고프다고 국물이라도 먹자하고, 화장실 갔다 온 셋째는 『아침밥 먹어본지 오래니 밥 좀 먹어보자』며 능청을 떨고, 9시 넘어 일어나던 남편이 오늘따라 부시시 일어나 나오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나서려던 각오가 무너지기 시작, 가벼운 회의와 갈등이 인다.
『무엇하자는 피정이냐… 피정은 나없어도 되지만 식구들은 내가 밥을 차려줘야 할 사람들이다…』
『에라, 밥 먹고 가자!』국 데우고 김치푸고 밥푸고 숫갈 놓고 후닥닥 밥상을 차려 넷이 둘러앉아 먹고, 설거지 하고 이 닦고 옷 갈아입고 가방매고 나선 시각 9시10분, 때맞춰 나서는 남편, 비행기를 타도 늦을 판인데 동회에 들려 인감증명을 떼야한다니 또 나를 갈등케 한다. 『남편이냐 피정이냐…』『에라 이왕 늦은 거!』동회에 같이 간다. 다행히 사람이 많아 그냥 가자는 남편. 또 다행히도 금새 택시합승이 되어 꼴인 한 시각 9시 50분. 더더구나 「다행」은 장익 신부님의 지각. 근데 이게 『웬 떡이냐!』강의 주제가 성찬 즉 「밥상」이니. 『…오늘의 가정문제는 같이 밥을 안 먹는데서 나온다…밥상이 깨지면 가정이 깨진다… 마음의 양식인 말씀과 몸의 양식인 밥을 같이 먹는 것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 곧 성체를 먹는 정신이다…』
이 정신을 당장 실천하고자 우리 몇몇은 또 모여 밥 먹고 온갖 이야기(말씀) 꽃을 피우고 4시에 헤어지니 「삶과 성사가 통으로 빠지는」 이 흐뭇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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