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이 교단에 이르기를『자식을 하나만 낳으면 문화인이요, 둘을 낳으면 미개인이며, 셋을 낳으면 야만인』이라고 했다. 아무리 인구조절이 좋다고 산아제한도 필요하다지만, 참으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표현이다.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은 과연 어느 부류에 해당하는 부모님을 둔 사람이기에 그러는가 하는 생각도 뇌리를 스쳐가기까지 하지요….
그렇지만 나는 먼저, 6남1녀라는 나의 형제관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밝히는데서 부터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형님이 다섯에다 누님이 하나이니 조카만도 열아홉 명이나 된다. 게다가 막내로서 아버지 같은 형님도 있다 보니, 나 자신은 아직도 청년이건만 손자만도 벌써 둘이어서 요즘 TV코메디 프로그램 중에 나오는『늙은 오빠 서운해요』하는 장면을 연상하며 혼자서 피식 웃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형제 없이 혼자 태어난 조카에게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물론 형님 내외분이 요즘 젊은 부부들처럼 산아제한을 한 것이 아니라 형수님이 원체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녀석은 외동아들이다. 진정한 문제는 외동아들인 그 조카녀석에게만 있다기보다는 외아들이라고 해서 떠받들듯이 기르고 있는 형님 내외의 자녀교육관에 있지 않은가 한다.
중학생이 됐으면서도 방학 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혼자 가서 지내기를 극구 싫어하는 모습하며, 혹 간다손 치더라도 뒷주머니에 챙겨가지고 간 제 수저가 아니면 식사를 못하는 것으로 아는 사고방식하며, 어쩌다 군것질을 하더라도 어린 사촌동생들과 과자하나 제대로 나누어 먹을 줄 모르고 혼자만 먹어치우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 모습하며…. 분명히 자녀 과잉보호가 낳은 비뚤어지고 부족한 성장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모습이 어찌 부족한 내 조카에게서만 발견되는 점인가하고 생각해보면 우리들 다음 세대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자못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갈수록 폐쇄적이고도 이기주의적인 삶의 모습으로 치닫고 있는 세태인데, 둘도 많아『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슬로건아래 자라나고 있는 오늘의 어린이들은 많은 경우 외동아들 아니면 외동딸이니 얼마나 더 삭막한 세상을 살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기만을 알다보니 웃어른 알기를 우습게 아는 가치관의 전도, 예의범절의 부족…등등, 참으로 문제가 속출할 것은 불을 보듯이 훤한 일인 것 같다. 한편 다음 세대에 가서는 가까운 친척관계를 설명하려면 웃지 못 할 일도 있을법하다. 아마도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등의 단어를 설명하려면 무척이나 힘이 들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시절이 오면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가 분명히 인기절정의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일찍이 인간을 일컬어「이성적 동물」이라고 한 LㆍAㆍ세네카는 또한「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도 했다. 이는「만물의 영장」(Wㆍ세익스피어/햄릿)으로서 지성을 지닌 인간이 어떤 지적인 습득이나 수련만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타인과의 진정한 사귐(만남)을 통하여 인격적 내지는 전인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말이라 하겠다.
이렇게 인간으로 하여금 보다 더 인격적 전인적으로 성숙하도록 해주는 가장 큰 역할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한 인간임에는 틀림없지만 교육을 통해서 보다 더 완성된 인간, 보다 더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많은 경우에 인간교육과 지식교육을 동일시하거나 혼돈하고 있는듯하다. 무릇 올바른 교육이란 한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나긴 인생길에서. 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고통이나 번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간,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사회발전과 인류평화를 추구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헌신 노력하며 정의에 사는 인간, 진리를 구하며 진리에 사는 인간, 박애정신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인간,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사랑받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성숙되게 하는 데에 그 근본목적을 둔다.
교육이 전인적 인간교육(인격교육)이 되지 못하고 출세위주의 지식중심적인 교육에 지나지 못할 때, 박사학위를 몇 개씩 취득한 수재라 할지라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시골농부보다 언제나 더 인격자라고 단정 짓지 못할 경우가 없진 않으리라. 자신의 학벌과 재능을 자랑이나 하고 또한 그것으로 얻은 사회적 지위를 내세워 안하무인격이 되어 사람을 깔보고 다른 사람이야 어찌되든 자기 주머니만 채우면 되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사람이 아무리 높은 학벌의 소유자라 한들 그가 결코 완성된 인간일수 없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완성이란 단순히 그가 지니고 있는 어떤 능력이나 소질에 대한 기계적인 나열이나 숫자적인 측정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완성은 전인적인 완성이고, 동시에 단순한 자기 개인으로서만의 완성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완성이며, 특히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하느님 자녀로서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간직한다.
현대의 우리시대야말로 배출되는 인력 못지않게 수많은 인격자를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세태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다웁게 살아가기 위한 인격함양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일진대, 출세위주의 지식 주입식 교육보다는 지(知)ㆍ정(情)ㆍ의(意)를 고루 갖춘 인격자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전인교육을 되찾아야만 한다. 주일학교에서의 신앙교리교육은 오늘의 우리 교육현실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바로 이런 분야를 담당함으로써 그 사명을 다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으리라.
▣송현석(신부 · 수원교구 교육국장)
◇1976년 사제서품
◇1978년 사강본당주임
◇1984년 부곡본당주임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이종흥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6월 한 달간은 송현석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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