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 가득하시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눈부신 봄 햇살을 받아 내 눈을 꿈에서 깨우는 선명함이 있었다. 주홍빛 장미 한 송이였다. 탐스럽게 핀 장미꽃잎을 한 장 한 장 세어본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곤 그 꽃잎마다에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려본다. 벌리신 두 손에서 빛을 발하고 계신 하늘색 망토의 성모님,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계신 석고 성모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신 성모님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 같은 오묘함이 있었다. 검정과 흰색의 조화가 그리도 신비로왔던가! 그 하늘에 그리운 나의 성모님이 살고 계신다. 그러나, 그분은 또한 이 세상 모든 곳에도 존재하고 계신다. 미움과 질투 증오와 싸움이 있는 곳에선 슬픔의 피눈물을 흘리시며 기도하시고, 사랑과 기쁨 위로와 용서가 있는 곳이 주님의 은총과 기도를 한없이 빌어주시는 분이시다. 아, 우리는 왜 진작 깨닫지 못했던가. 이 몸이 주님의 종임을 왜 우리는 몰랐던가!「주님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기도하는 법을. 성자를 잉태하신 동정녀께 하느님의 명을 받은 천사가 하신 인사로써 나의 이 기쁜 마음을 기도드린다. 『은총이 가득하시다. 아멘』이라고 성모님께 좀 더 가까이 장미를 보여드리려 생각하니, 발걸음은 절로 장미가 만발한 정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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