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이라는 제목에서 생각나는 이야기 한 가지가 있다. 내가 5학년 때 단짝이었던 영신이라는 아이와의 생활이다.
영신이네 집은 부자였다. 그래서 영신이와 다니면서 많은 돈을 썼다. 학교가 파하면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백화점에 가면 영신이는 아이스크림이나 빵 같은 음식도 먹고, 반지 같은 것에 이름을 새겨서 끼고 다녔다. 그때 나는 영신이가 제일 좋은 친구라는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영신이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하도를 건너는데 늙으신 할머니께서 엎드려서 구걸하였다.
『한 푼만 주슈』하고 말이다. 그때 나는 그 할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신에게
『영신아 이 할머니 너무 불쌍하신데 너 돈 있으면 조금 보태드려』나는 영신에게 애걸하는 식의 말투로 말하였다. 그런데 영신이가 내뱉은 말은
『야, 내가 저 할머니에게 적선할 돈이 어디 있어. 돈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줄 아니? 내가 쓸 돈도 모자라는데』하고 쌀쌀맞게 말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로 생각했던 영신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줄이야. 그 후 그 아이와는 말조차도 하기 싫었다. 그때 내 마음에 위로를 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마음씨가 곱고, 내 마음도 잘 헤아려 주었다. 그 일과 반대되는 이야기 한 가지를 하겠다. 어느 비오는 날의 이야기이다. 친구 집에 가는데 어느 아저씨께서 전봇대 앞에서 떨고 계셨다. 그 아저씨는 다리를 절단하신 것 같았다. 그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미용실 문이 열리면서
『이봐요. 윤씨,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요』
하고 어느 아주머니께서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와 빵을 들고 계셨다. 그때 나의 머리에
『이렇게 험한 세상에도 저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에서 반대되는 두 사람의 예를 들었다. 부유하지만 마음이 차가운 영신이와 장사를 하시면서도 불쌍한 아저씨를 돕는 아주머니. 나도 길을 가다가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그냥 지나쳐버린다. 나의 마음도 영신이의 마음과 같이 차갑고 가난한 마음인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마음의 부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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