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공동체로 다져진 분당지역 천주교신자 구역ㆍ반모임은 분당ㆍ일산지역 신도시개발 발표이후 「신도시계획 전면 백지화」를 위한 투사양성소로 변화되고 있다.
평온했던 이 농촌마을은 마을 어귀에서부터 「청계천난민 분당에서 죽는가」「농사꾼도 사람이다 인권침해 말라」「문간방도 서러운데 차별대우 웬 말인가」「믿어달라더니 사람죽이네」등의 원색적인 구호를 플래카드로, 담벼락에, 심지어 노면에까지 써 갈겨 마을전체가 이제 구호전시장으로 변하게 됐다.
10개 반 모임을 이루며 신앙공동체를 이뤄가던 이곳의 2백 세대 천주교신자들은 종전 지역 내의 환자ㆍ재난당한 가정과 이웃전교를 위해 매번 54일씩 기도하느라 거의 매일 밤 모임을 갖는 한편 성전건립비 마련을 위해 「두부 만들기」「동동주 담그기」등을 하며 농촌의 바쁜 생활 틈틈이 한데모여 친교를 다져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세대에 지나지 않던 이 마을의 교세는 이같이 활발한 봉사ㆍ기도모임으로 인해 전교가 잘돼 신자가 2백 세대로 급격히 늘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앙으로 다져졌던 마을신자들은 이제 마음이 싹 바뀌어져 모이기만 하면 신도시계획 철회를 위한 투쟁준비에 여념이 없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지만 땀 흘려 가꿔온 신앙공동체의 「공중분해」도 이들을 격분케 한다.
『우리 신자들은 모두 포클레인ㆍ불도저 아래 깔려 죽을 각오가 돼있습니다. 어떤 보상도 필요없습니다』분당의 구역장의 말을 받아 한 여신자는 『칼 물고 죽을 일이지…내가 내 목을 따고 죽어야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 같은 주장은 소작을 하든, 자작농을 하든, 종답에서 농사짓든, 구멍가게 등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상인이든 간에 신자공동체의 한결같은 뜻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생업과 신앙만을 생각하던 단순한 이들 신자들을 이토록 비분강개하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은 기형적인 모습의 분당신도시 계획선 안에 통일교ㆍ대한제분ㆍ두산그룹 등 힘 있는 단체ㆍ재벌의 땅들은 빠져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와 공평무사를 우선해야할 국가정책이 왜 힘없는 사람 앞에서 강해야 하는가』하는 것이 이들의 또 하나의 항변이다.
달리 기대 없는 이들은 본당에 찾아가『신부님, 우리와 함께 해주세요』라고 간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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