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럽고 상상조차도 역겨운 어린이 성폭행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금년 들어 거의 전국적으로 발생한 피해 어린이들의 연령은 5세에서 10세 전후이며 피해를 당한 장소는 학교ㆍ아파트ㆍ주택가ㆍ공원 등 가릴 곳이 없다.
어린이들을 성폭행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장본인들은 중ㆍ고ㆍ대학생의 신분이나 나이든 심리ㆍ정신 파탄자들 이다.
가해자들이 나이 어린 여아들을 선택한 것은 우선 대상을 고르기가 쉽고 반항하는 힘이 약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피해의식이 높지 않다는 것 등이다.
주택가나 길거리 등 아무 곳에서나 과자를 사주겠다면 그저 좋아서 따라나서는 아이들, 그리고 눈알만 한번 무섭게 굴리면 겁에 질려 감히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이리나 늑대의 밥이 돼온 셈이다.
범인들 입장에서는 최상의 안정을 고려한 선택이겠지만, 자신을 전혀 방어할 수 없고 어떠한 위험도 느끼지 못하는 연약한 여아들을 골라 성적 희롱과 성욕의 도구로 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이다. 이는 단죄 받아 마땅하며 피해자와 그 부모 및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주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왜 이렇게 세상이 악해지고 사람들이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를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나 주택가에서 귀엽게 뛰노는 어린이들의 머리한번 쓰다듬어 줄 수도 없게 되었다. 예쁘다고 칭찬하며 웃음 한번 띠어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감춰두었던 껌이나 사탕 하나도 건네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한편으로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를 보호하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붙어 다니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집에만 가두어 둘 수도 없다. 아이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기도 어렵고 호신용기구를 가지고 다니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든 부모들이 하나같이 걱정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특별히 뾰쪽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우선은 어린이들에게 매번 주의를 환기시키고 피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어린이들의 발육속도가 빠른 만큼 특히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일이 중요하리라 본다.
그다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개선해 성범죄자가 발을 못 붙이게 예방하는 일이다. 물론 이 방법은 장기간이 요구되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공동의 협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개선책이다.
여기서 비근한 예를 하나 살펴보자. 지난 5월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동국민학교에서 8세 된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까지 한 범인 서모군(15세)의 범행자백은 환경이 그토록 끔찍한 범인을 만들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그는 중2학년 때 같은 반 전입생으로부터 어린이 추행얘기를 전해 듣고 외설잡지를 함께 본 뒤 자기가 사는 아파트단지 내에서 여자어린이를 처음 폭행했단다. 그 후 1년간 별다른 죄의식 없이 학교와 아파트단지 내에서 여섯 차례나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정형편이 부유했지만 학업성적은 좋지 못해 1차 낙방하고 고교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때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부유한 집안에서 고생도, 한계도 모르고 자란 15세의 소년이 8세의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하기까지는 범행자체가 결코 한사람의 잘못이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가정은 『없는 것 없이 다해주는데 왜 공부 못하느냐』야단치고 윽박지르며, 학교에서는 나쁜 친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사회는 외설잡지를 제공해 그에게 성적인 충동을 자극시키고 끝내는 살인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범인 서군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삼위합심해서 탄생시킨 범죄의 행위자에 불과한 것이다. 이 삼자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그를 붙잡아 옳은 길로 인도했다면 그 같은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삼자가 공동정범인 이상 앞으로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삼자가 함께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감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춘기 청소년들에는 감정을 자극하고 충동을 행동화 할 수 있는 일체의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음란하고 외설적인 만화나 비디오테이프, 잡지, 영화포스터 등은 기름과 불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탕주의와 쾌락주의에 물든 못된 어른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청소년들에게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도록 얼마나 유혹하고 부추기고 있는가?
최근 서울Y 시민지구 운동본부에서 서울시내 55개 중ㆍ고등학교 주변을 조사한 결과, 학교 주변 2백m이내의 환경위생 정화구역(학교보건법 제5조)내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환경업소가 50ㆍ3%(조사대상업소 8백70개소 중 4백38개 업소)로 나타났다고 한다.
업소별로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퇴폐ㆍ선정ㆍ사행 등의 시설과 분위기, 행위를 하는 카페, 룸카페, 술집 등 주류판매업소가 2백9개로 가장 많고 음란ㆍ선정적 주간지 또는 서적을 판매하는 문방구나 서점이 40개, 숙박업소ㆍ안마시술소 37개, 만화가게ㆍ비디오가게 각 34개, 오락실 22개, 당구장 15개 등이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정도와 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하리라 짐작된다.
청소년들에게 이토록 위험한 물건들을 옆에 두고 그들만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강조해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청소년들을 죄악과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고 가려는 어른들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합심해서 밀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공부만 일등하기를 바라지 말고, 또 교사들이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옳다는 주장을 펴기 이전에 학교와 그 주변을 정화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학교주변의 유해업소들을 없애려는 대대적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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