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교황 바오로 6세는 「꼬르 우눔」회원들의 접견에서 가난하고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구제하는 일은 교회의 의무이며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꼬르 우눔」은 전 세계의 구제 단체와 조직들을 대신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고 그들이 더 효율적으로 활동하고 또 그들 간에 상호 유대를 갖고 협동정신 하에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황이 설립한 단체이며 그 초대 책임자로 뷔요 추기경이 임명되었다.
그런데 우리는「꼬르 우눔」에 대한 고찰보다 구빈은 정의라는 말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19세기의 산업혁명은 구주사회를 2개의 계층으로 갈라 놓았으니 산장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저대금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빈민층이었다. 이때 교회는 가난한 자들은 구제하기 위해 부유층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재물을 희사할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애덕만으로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였다. 왜냐하면 가난한 이들 역시 인격의 존재로서 산업에서 얻은 이익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교회도 알게 되었고 특히 레오 13세 이후로는 구빈은 단지 애덕의 의무가 아닌 정의의 의무라고 교회는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빈자를 구제한다는 것은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의 애덕의 실천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정의를 범하는 죄악의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만이 도둑의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를 도와 주지 않는 것도 같은 죄를 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빈은 도의적인 의무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의무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라는 한국 주교단 공동 교서에서 지적한『지금 그대들이 (부유층)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하느님이 가난한 이들에게 돌려줄 때까지 임시로 맡겨 놓았을 뿐임을 명심해야 하겠다』는 말도 같은 정신에서 나온 가르침이다.
그러면 구빈은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일부를 빈자를 위해 희사하는 것이 일차적인 방법이겠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가난한 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을 명예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자주 구빈행위를 자랑으로 삼는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 구빈을 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는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자들을 우리는 흡혈마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빈사업은 마치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둘째로 구빈은 배분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가난한 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느님이 만인을 위해 주신 재물이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즉 각자는 제 몫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구빈은 자기 재산의 일부를 희생하는 것만으로 그칠 수 없다. 배분 정의가 실천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그래서 구빈사업은 결과적으로 사회제도를 개선해 가는 것을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 말하자면 구빈사업이 사회부에 속할 것이 아니라 법무부에 속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그리스도인은 시대적 사명을 띠고 있다. 우리는 사회 참여로써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현대적 애덕 실천임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