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4개 교구에서의 사목을 위해 필요한 사제 양성을 우해 서울의 가톨릭대학과 광주의 대건신학대학이 있다. 이 양 대신학교는 관구적으로 분리되어 서울 대신학교는 서울관구 사제 양성을 담당하고 있고 광주대신학교는 대구관구와 광주관구 사제 양성을 맡고 있다. 광주 대건신학대학이 창설된 것은 1961년. 처음에 예수회 신부들에 의해 운영되다가 1970년에 완전히 방인 신부들에게 학교 운영이 이양되었다.
이젠 1백35명의 신학생을 확보한 대신학교로서 완전히 모습을 갖춘 대신학교이다.
그러나 대건대신학교는 창설 이후 이따금 심심치 않게 서울대신학교와의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다가 요즘에 와서 더욱 논의가 많이 된다.
작년 12월 중순에 있었던 주교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되었고 지난 1월 26일 서울에서 있었던 가톨릭 신학연구회에서도 말이 있었고 또 1월 27일 전국의 각 교구 성소 계발 담당신부 회의에서 이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면 다만 한국 주교단에서는 양 대신학교 통합문제를 연구 과제로 정하고 주교들과 관계자들이 더욱 깊이 연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왜 이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지 그 원인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는 한국의 실정에서 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중앙 집중이다. 정치인도 경제가도 학자도 예술인도 교수도 모두 중앙 서울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그리고 또 교육을 서울에서 받은 것과 지방에서 받은 것은 질적인 차별인 난다. 그것은 지방의 교육이 잘못 되어서가 아니라 보고 듣는 일반 상식의 범위가 서울은 자연적으로 넓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건신학대학 신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학교가 서울로 이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광주에서 강사를 초빙해도 서울에 의지해야 한다고 하니 그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거기에 또 광주는 교통상으로 볼 때 아주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 신학생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무려 10시간을 소비해야 하니 말이다. 앞으로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시간이 단축된다고는 하나 지리산이 가로막혀 불편한 것은 여전할 것이라 예상된다.
어쨌든 교회의 지도급에 속하는 사제들은 그들이 맡은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서울에서 터득하는 것이 지방에서보다 낫다는 것이며 특히 광주라는 여건으로는 부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원인은 아직도 신학자 부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한국 교회의 실정으로 두 개의 대신학교를 운영하기보다는 한 개의 대신학교를 두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실은 양 대신학교를 통합하면 세계 어느 대신학교에 못지 않는 교수진을 우리는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양쪽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뿐 아나라 현대 문명의 총아인 인사 관리를 잘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지식이 더 풍부하고 더 우수한 사제 양성을 우리 자신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성소 감퇴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사제 지망자의 수가 감소되면 두 개의 신학교를 운영하기는 곤란하게 될 것이고 외국에서와 같이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금년에 와서 앞으로 성소가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엿보이자 이것은 양 대신학교 통합의 이유로서 설득력을 상실한 것 같기도 하다.
이상 세 가지 외에도 통합을 해야 할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볼 때 통합은 원칙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통합되어야 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 같다. 이 이해관계를 다 파헤칠 수는 없으나 광주 대건대신학교에서는 통합을, 서울 가톨릭대학에서는 흡수를 요구한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원칙이 정당하면 그 원칙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로가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될 줄 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의 두 대신학교를 통합하면 우리나라에는 대신학교가 하나밖에 없어진다. 그러면 지역적으로 경쟁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학문이란 경쟁을 통해서 발전하게 마련이다.
경쟁이 없는 학문은 침체되고 답보상태에 빠지게 된다. 신학교는 학문의 터전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사제 양성의 필요성에 의해 광주의 대건신학교를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면 서울대신학교와 통합하지 아니한 또 한 개의 신학대학을 서울대교구의 동의 하에 서울에 설립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물론 교회의 경제상태가 허락하는 한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며 또 양 신학대학 사이에 선의의 경쟁이 보장된 조건 하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어쨌든 광주대신학교가 서울에 이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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