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담란에 지도자 십개조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택한 것이 어쩌면 한담 아닌 번화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 주시는 인내덕만 베풀어 주신다면 혹시 나물 뿌리(菜根) 먹는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지도자란 무엇인가? 새삼스레 정의를 풀이할 필요 없이 자명하다. 그렇지만 굳이 그 개념을 규정하려면 이건 또 용이한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해설 가운데서 필자가 가장 공감을 가진 것은「지도자란 길 (道) 을 알고 (知) 길을 제시해 주고 또 그 길을 행하는 자」라고 설파한 것이다.
우선 이 정도의 지도자 개념 밑에서 지도자의 범위를 생각해 본다면 여기는 천태만상의 지도자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계에는 위로 대통령에서부터 말단의 면장ㆍ동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지도자가 있고 회사로 친다면 사장에서 과계장까지 각 계단의 지도자가 있다. 교회를 보더라도 교구장인 주교를 위시해서 본당신부와 각종 지도신부가 다같이 지도자임은 물론 신자 중에도 회장ㆍ구장 및 각 활동단체의 장들은 다 각기 지도자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간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회생활 안에는 반드시 대소고하 간의 지도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성패는 그 집단의 지도자의 역량과 지도 방법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국의 운명이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좌우되는 일이 허다함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고 또한 사회나 한 집안의 일도 지도자인 사장이나 가장의 활동 여하에 매여 있는 것이다. 한편 교회를 본다면 교회의 근원적이고 영원한 지도자는 그리스도 자체이심은 물론이지만 현세 안에서의 지도자는 교황을 위시해서 주교ㆍ신부들이 제 일차적인 지도자이다. 그러므로 이분들의 교도 여하에 따라 교회의 성원가 결정되는 것이 틀림없다.
이와 같이 사회의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지도자의 영향이 지대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특히 다원화 세분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는 더욱 많은 전문적 지도자의 배출을 갈망하고 있는 다수의「지도자 대망」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현대가 요망하는 지도자는 과연 어떤 유형의 조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요사이 흔히 말하는「지도자상」같은 것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하필이면 10개조라 할 것인가. 열 가지라도 좋고 열 가지 이상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주먹구구 식으로 한 번 시도해 보자는 데 불과하다. 또 필자로서 미리 양해를 얻고자 하는 것은 다음부터 기재하려는 10개조 항목에 대해서 필자 자신은 과연 얼마만큼 실천했는가의 문제이다.
필자도 과거에 있어 어느 정도의 지도적 위치에 있었던 것만은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은 그 10개조 항목 중에 어느 한 가지도 충족치 못했음은 물론 더러는 전적으로 결핍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실패했음을 자인한 나머지 이 졸문을 쓰는 동기가 바로 나 자신의 낙제 지도자의 고백이 되게 하고 현재의 많은 지도자와 앞으로의 미래 지도자를 위해서 하나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이다.
▲이번호부터는 가톨릭교리연구소 소장 현석호 씨께서 본란을 위해 수고하시겠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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