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전번호의 보도에 의하면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요청에 의하여 원주교구관내 수해이재민 복구사업비로서 서독주교단의 주선에 의한 서독정부와「유럽까리따스」회에서 거액 3억6천만원의 원조를 받았다는 흐뭇한 소식이 실렸는가 하면 또 다른 면에서는 미국대법원이 낙태합법화의 판결을 내려서 세계종교계의 여론을 비등케한 슬픈소식이 알려져 있고 또 이와 때를 같이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문제되어 오던 이른바 모자보건법이 비상 국무회의의 의결을 보았다는놀랄만한 보도가 기재되어 있다.
이는 실로 같은지면에서 글자 그대로의 희비쌍곡을 부르고 있는 느낌이다. 즉 전자는 인간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사랑의 선물이었고 후자는 인간의 생명권을 말살하는 죽음의 선고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의 대변자가 즉각으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은 당연한 일이고 또 앞으로 유효적절한 대책이 강구되리라고 믿어 마지 않는다. 다만 본란에서는 인권의 존중과 교회의 사명이란 대원칙하에서 약간의 고찰을 해보려고한다. 오늘날 세상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한 물질만능의 사상이 팽배함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존엄성을 점차로 경시되어가며 세계 도처에서 인간의 비인간화를 개탄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무릇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따라 창조되었고 또 사람은 자식낳아 번성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것이 곧 생명권 내지는 생존권이다. 또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인 영혼을 받았기 때문에 자유의사를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것이 곧 자유권이다. 이와같은 생존권과 자유권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는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비인간화문제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 경시 내지는 침해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오늘 세계에서 인간의 자유권이 강자에 의하여 약자가 부자에 의하여 빈자가 침해당하고 또 인간의 생존권이 전쟁ㆍ불륜ㆍ권력 등 갖가지 형태로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 현저한 사실이다.
이러한 인간의 인간다운 값인 그 존경성이 이와같이 권력과 물질과 타락과 불의의 세력에 의하여 침해당하고 있을 때에 교회는 과연 그 본연의 사명에 비추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교회가 인간의 구원을 최종의 목표로 하고있을진대 인간의 인간다운 기본적 권리인 생명권과 자유권에 대한 구원없이는 무의미한 일이다. 자유가 억압되는 곳에 해방을 갖다주고 생명이 위협받는 곳에 구호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책무이다. 만약에 이런때에 좌고우면하거나 우유부단한 태도로 말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대안의 화재시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교회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을것이다. 인권존중의 문제는 비단 교회만의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라에서도 엄숙한 인권선언이 있었고 또 일반사회 특히 법조계같은데서도 인권옹호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의 문제만은 그리스도 교회가 누구보다도 제1차적 수호의 역할을 다해야 할 복음적 사명을 지닌 것이다. 우선 당면한 모자보건법 문제만 하더라도 교회 당국의 현명한 조치가 취해지리라 믿는바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법의 적용 대상자가 되는 일반신도들의 각별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인구문제와 관련된 가족계획의 문제는 실로 난중난사(難中難事)로서 오늘날의 교회가 당면한 큰고민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교회는 오랜세월을 거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미 인간생명에 대한 회칙으로 교회의 확고한 태도를 밝힌바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백성된 신도들은 어떠한 고난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정면으로 말살하려는, 자연법이자 신법인 지상계명을 위배하는 일이 있어서는 단연코 안될것이다.
만약에 우리 교회의 신도마저 신법위배의 인법인 모자보건법을 빙자하여 스스로 인공임신 중절의 합법화에 동조한다면 이는 일반사회인에게 가장 좋지못한 표양이 되며 스스로의 양심을 파멸할뿐 아니라 교회 전체의 사명과 위신을 실추시킬 것이다. 요는 백만사람이 이 양심의 악법을 관용한다 하더라도 우리 신도들만은 한사코 하느님의 자녀답게 신덕과 용기를 발휘하여 타락한 이 사회 안에서의 한줄기의 빛이 사도가 될수있는 좋은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또 이러한 신도들의 모범적 실천이야말로 교회 당국자들에게 백배의 용기를 더하여 줄것이며 종국적으로는 세상 성화의 복음적 증거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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