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서울 신설국민교 6학년 정병섭 군은 만화를 보고 죽음에서의 부활을 실험하다 목숨을 잃었다. 12세의 병섭 군은 만화 속의 인물이 죽었다 살아나는 이야기를 읽고 어린 호기심에 자신도 한 번 실천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부엌에서 저녁을 짓던 누나가 방 안 공기가 이상해서 문을 열고 보니 동생이 2m의 나무 선반에 목을 매어 숨져 있었다고 한다. 전에도 병섭 군은 만화를 보고 온 후『남들은 죽었다 살아나는데 나도 한 번 시험해 보겠다』면서 선반 위에 올라가는 것을 어머니가 말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만화가 감수성 많은 어린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당국에서는 불량만화를 불사르고 TV를 비치, 어린 동심을 유혹하던 악덕 상혼을 단속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정 군의 죽음에 대한 각계의 반응 또한 다양하다. 어떤 이는 불량만화 추방 캠패인을 벌여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문교부 당국이 직접 만화 제작을 맡았으면 한다. 정 군의 모교인 신설 국민교의 어린이들은 친구의 죽음을 보고「나쁜 만화 안 보기운동」을 벌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만화를 모아 운동장에서 불태웠다. 추방 캠패인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이같이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만화 그 실태는 어떤가. 지난 1년 동안 하루 평균 30종으로 모두 1만1천여 종이 나왔다고 한다. 1종당 2천 권씩 출판되어 그 중 70%가 팔렸다 하니 그 수가 자그만치 1천5백만 권이나 된다 그러나 실제 판매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보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시경이 소각한 1만4천여 불량만화 가운데는 반 이상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책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만화가 잘 팔린다는 데 있다 불량만화가 잘 팔리는 동안에는 그것을 근절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쁜 만화의 해독은 비단 어린이들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퇴폐적 악서는 어른들까지도 정신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 벌써 몇 해 전에는 한 여고생이 누구의 소설인가를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자살을 한 적이 있다. 악서의 해독이 얼마나 무서운가는 비단 한 사람의 자살이 문제가 아니다. 한 나라를 자멸로 이끌 수도 있다 ▲나쁜 만화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 악서의 해독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는 데는 이것들을 읽지 말자는 소극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보다 좋은 책을 보급하고 많이 읽도록 하는 적극적인 캠페인이 일어나야겠다. 악서를 몰아내는 데는 무엇보다 양서를 들고 나와야 한다. 해마다 맞는 출판물 보급주일이 올해에는 병섭 군의 죽음으로 해서 더욱 그 존재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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