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보급주일은 이제 완전히 연중행사 중 하나로서 이 날이 오면 으레 교회 출판물의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저마다 해결책을 연구 발표하고 앞으로는 더 신자들이 독서에 열중하기를 촉구한다. 이렇게 수 년을 거듭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교회 출판사업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데 그이유는 나변에 있을까? 정말 교회 출판사업은 단 한 번이라도 잘 되는사업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예 단념하고 교회는 출판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희생정신에만 호소하고 말 것인가? 출판물 보급주일을 맞이하여 교회 출판사업 중의 하나인 본보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들은 답답한 심정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 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출판사업의 불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도 첫째 가는 것은 교회 서적의 내용이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교회 서적이 흥미가 없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으나 이 말을 너무도 강요한 나머지 이젠 한 개의 유행어처럼 되어 버렸고 교회 출판물을 읽지 않는 구실이 되어 버렸다. 교회 서적을 한 권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도『흥미가 없어서』하면 모두가 이해해 줄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 흥미란 무엇을 기준으로 두고 말하는 것일까? 흥미는 관심이 있을 때 있는 법이다. 또 관심은 자기 신분과 존재와 관계될 때 생기는 법이다. 철학가는 철학에 대해서 목수는 목공에 대해서 법가는 법에 대해서 의사는 의술에 대해서 농부는 농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가톨릭은 가톨릭 신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가톨릭 신자들이 가톨릭 신앙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 땐 가톨릭 출판물이 그들에게 흥미 있는 것이 못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가톨릭 출판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의로 흥미 없는 책들을 만들어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팔려고 하는 그런 미련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흥미 없다는 불만을 들으면서도 서적과 간행물을 출판하는 이유는 가톨릭 신자들이 흥미를 가질 때까지 인내하며 노력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직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선두로 교회 출판물은 흥미가 없다고 선전하는 것을 예사로 하니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교회 서적도 흥미로울 수 있는가? 우리는 있다고 본다. 그 방법은 무엇보다도 교회 서적을 많이 읽는 데 있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읽으면 한 가지라도 더 많이 알게 된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알고 싶어 하고 더 알고 싶으며 또 딴 책을 읽게 마련이다. 무조건 읽는 데 의의가 있고 그러면 교회 서적도 흥미가 있어질 것이다. 성직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책을 읽고 신앙과 영신생활에 유익한 것이면 남에게 권고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성직자와 교회 지도자 자신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교회 출판물의 불황은 타개할 길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교회 간행물을 무조건 어렵다고 하는 말이 있다. 사실 교회와 신앙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용어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어느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교회 용어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 독서를 하고 의문되는 용어들을 남에게서 해석 받으면서 배워야 한다. 그러한 노력 없이 교회 용어를 해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교회 용어의 난해문제를 제외한다면 교회 출판물이 다른 세속 간행물보다 반드시 어려운 것은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실상 어느 잡지가「경향잡지」보다 더 쉬우며 어느 신문이「가톨릭시보」보다 쉽단 말인가? 한자도 적고 문장도 간편하게 돼 있는 것이 가톨릭 서적들이다. 물론 개중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어려운 서적도 있다. 세속 출판물이라고 반드시 쉬운 것뿐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들만이라도 교회 출판물이 흥미 없고 어렵다는 말을 없애도록 노력해야겠다.
끝으로 교회 출판물의 불황의 원인을 보급 방법이 미흡함에다 둔다. 이것은 사실이다. 교회 출판물은 보급이 잘 안 되고 보급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우리는 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이 책임을 교회 출판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전가한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 우리라고 보급을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이 교회 출판사업들은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보급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이 출판물을 많이 매입해 주어야 하는데 서적은 사 주지 않으면서 보급이 미흡하다고만 질책하니 그것도 곤란한 일이다. 우리 한국 교회는 아직도 소수단체에 불과하다. 소수단체는 대조직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이 솔선 서점을 찾고 서적이나 간행물을 매입해서 구독해 주는 노력과 아량이 없이 교회 출판물이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판물 보급주일을 맞이하여 전국의 80만 신자가 매인당 5백 원 이상의 금액을 출판물 매입에 소비해 준다면 교회 서점은 서적 부족 현상이 일어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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