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들『춥고 배고프다』라는 말을 듣는다. 소시민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못 먹어 굶주리니 배고프고 헐벗어 떨고 있으니 춥다는 말이 생겨난 모양이다.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참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말이다. ▲금년에는 이러한 춥고 배고픈 소시민들에게 한시름 덜어 주었다. 이상난동으로 20년 만에 한강이 얼지 않는 이의은「춥고 배고픈 인생들」에게 적어도 한겨울의 강추위만은 면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은 흔히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고 여름은 더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입을 것을 제대로 못 입고 덮을 것을 제대로 덮지 못한 채 긴 겨울철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치스런 소리인지도 모른다.▲이제 립춘을 지나 경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새봄의 문턱을 딛고 들어선 셈이다. 잔설을 헤치고 화신마저 들려온다. 그런데「춥고 배고픈」겨울철을 다 보낸 이 새봄에 새삼 오싹 한기를 느끼게 됨은 웬 일일까? 앞다투어 뛰어오르는 물가는 소시민들에게 엄동설한의 추위보다 더한 악한을 느끼게 한다.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을 신호로 뛰기시작한 물가는 구정을 전후 천정부지로 치닫고 있다. 악한을 느끼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물가고의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 사람들의 인심마저도 점차 메말라가는 듯하다. 1천2백 원의 돈을 털기 위해 택시 운전사를 찔러 죽였는가 하면 처녀 택시 강도까지 출현할 정도로 인심이 거칠어졌다. 각 성당마다 준비해 놓은 사순절 애긍함도 신자들의 무관심으로 먼지만 쌓여간다. 우선 살기에 쫓기다 보니 남의 일에 정신을 쏟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들 한다. 기도와 희생의 계절 사순절을 맞는 신자들의 마음의 자세가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희생의 참 의미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지 않는 희생이란 무의미하다. 어려움 가운데서, 생활의 위협 속에서 바쳐지는 조그마한 희생이 참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유가 있어 던져 주는 거금보다도 피와 땀이 절인 동전 몇 개가 오히려 더 큰 희생이 될 수도 있다. 사순절을 맞아 기도와 아울러 불우한 이웃 형제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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