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제804호에「교리교사 신분 보장안 마련」이란 제목과「박전에 시달리는 전교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중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전교사들의 신분 보장 문제나 생활 보장 문제는 세삼스럽게 오늘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전교사들 자신과 뜻있는 교회 지도층 인사들은 전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회의 지도충의 그 누구도 전교사들의 신분과 생활 보장을 제도화해 줌으로써 그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전교할 수 있도록 단호한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교교사들은 마치 버림 받은 이방인들처럼 본당신부나 본당 유지들의 눈치를 살펴 가면서 전교를 해야만 하는 비참한 실정인 것이다. 전교사들 가운데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실망한 나머지 교회를 떠나 다른 직업를 택하는 사람듣도 많을 줄 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전교사들이 자주 교회를 떠난다면 앞으로의 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다행히도 지난 번 각 교구의 교리사목 실무자들의 회의에서 전교사들의 처우 개선를 위한 구체적인 토론이 있었고 몇 가지 결론안을 다음 주교회의에 상정하게 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고 또 전교사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전교사는 무엇하는 사람이며 왜 그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전교사란 현대 교회의 첫째 사명인 전교를 즉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만민에게 알리는 사람이다. 따라서 전교사란 그 어느 직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소명인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나 전교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전교사는 정식으로 교회로부터 임명을 받아야 하고 교리 지식이 있어야 하며 남달리 신심이 두터워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모범된 생활을 보여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교사가 결코 교회의 어떤 액세서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전교사에게는 떳떳한 권리가 부여되어 있으며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자기의 권리를 행세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회는 그들에게 권리 행세보다는 의무와 희생만을 강요한 것 같다. 물론 전교사가 희생을 해야 하고 봉사를 해야 하겠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일 것이다. 박봉에다 노동법 기준시간 이상으로 일을 시킨다는 것은 정의에 어긋나는 처사이다.

교회가 정의와 사랑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정의를 실천하고 교회 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전교사들의 처우 개선은 시급하다.『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루까 10,7)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교회는 망각하지 말고 정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할 것은 물론 전교사들이 받은 바 소명에 충실하도록 신분 보장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보장은 말로 뿐만 아니라 제도화되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전교사가 아무리 자기 소명에 충실하고 교리 지식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의식주에 위협을 느낀다면 어떻게 전교를 할 것이며 누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겠는가? 전교사란 하느님의 말씀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전교사도 먹어야 살고 자녀들을 양육하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교사들에게는 신분 보장과 응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해야 하겠으며 다음 주교회의에서 전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전도사가 자기들의 직무에 유익한 과목과 기술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섭취하기 위해 또 그들의 영적 생활이 배양되고 강해지기 위해 집회와 강좌가 개최되어야 한다.

그 밖에 전도의 일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여 상응한 생활 수준과 사회 보장이 배려되어야 한다.』(선교교령 17)

주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이 전교사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겠으며 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야 하겠다. 우리 모두는 교회가 하나의 사랑과 정의의 공동체임을 드러내야 하겠고 더 이상 전교사들에게 가혹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제민족에 대한 선교활동에 있어 크게 공헌한 사람들 중 수많은 남녀 전도사들은 상찬을 받기에 합당하다. 그들은 사도적 정신에 충만하여 신앙과 교회의 발전을 위해 특수하고 필요불가결한 도움을 제공한다』.

(선교교령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