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 조건의 하나로서『勇』을 빼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군자의 삼대 강목으로서 논어는 知仁勇을 들었고 또 가톨릭교회는 사덕의 하나로서 勇德을 지목하였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비록 앞에서 말한 바 智와 德이 있다 하더라도 만약에 勇이 없어서 실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아무런 결과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는 仁者必有勇을 역설하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맹자는 徒善不如惡이라 하여 착하기만 하고 용기 없이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비록 좀 악하더라도 용감하게 일을 해내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에게 진로를 제시해 주고 또 그들의 앞장에 서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먼저 용력을 보여 주어 전체의 사기를 고무해 주어야 한다. 용장 밑엔 약졸이 없다는 말이 바로 그것을 뜻하는 것이다.
만약에 지도자가 좌고우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 부하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그 하고자 하는 일이 성사될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중요한 용기에 대해서 좀 더 여러모로 분석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勇』이란 개념 속에 진짜 勇과 가짜 勇을 분별해야 될 것이다.
가짜 勇이란 겉으로는 용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勇이 아니다. 강폭에 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맨 주먹으로 범을 잡으려는 식의 무모한 힘을 과시하려는 따위 이른바 북방지강(蠻勇)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勇은 일을 당해서 두려워하고 또 심사숙고 신중히 처사할 줄 아는 역량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한편 진짜 勇은 정의가 항상 전제되어야 한다. 즉 우용은 바로 의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를 보고서 이를 행하지 않는 사람은 용이 없는 이라고 질책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서 말하는 용덕의 본질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데 있어서의 용감성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안에서의『勇』의 본질은 利를 도모하는 데가 아니고 義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의 용감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재물이나 명리나 쾌락을 위해서 과감히 행동하는 자는 一見 勇氣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진정한 勇이 아니고 하나의『慾』에 불과하다. 오직 사회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 생명까지도 버릴 수 있는 용력만이 진실한 의미의 勇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勇을 명실상부하게 실천한 분들이 위대한 지도자로서 우리의 스승으로서 역사 안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일일이 이름을 들어서 증거할 겨를이 없지만 수많은-순교자와 견위치명한 정치가ㆍ학자ㆍ군인 가운데 많은 귀감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 勇과 似而非勇을 구별해서 勇의 본질을 명백히 해보려고 했으나 다음은 勇과 정반대의 개념에 대해서 잠시 관찰해 보고자 한다. 勇의 반대어는 비겁이라고 해야 일견 정답의 점수를 딸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勇의 적은 우유부단이 돼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비겁한 자는 아예 지도자의 1자리에 앉는 것까지도 겁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피해가 적다. 다만 우유부단한 자는 곧잘 지도자의 자리를 탐하고 싶어한다. 이런 사람은 매사를 신중히 한다는 구실 밑에서 首鼠兩端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단행할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다.
많은 지도자 중에서 지식이나 덕행 면에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서 오직 우유부단 숙려만 있고 단행이 없는 지도자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음은 실로 안타깝기 한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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