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사랑의 복음, 기쁨과 희망의 소리를 모든 사람들에게 전할 사명을 받은 교회는 세계 어디서나 사회사업이나 자선사업을 통해서 이 사랑을 증거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회는 고아원 보육원 나환자 정착촌 병원 양로원 등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사업의 혜택을 입어 인간적으로 육성된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보면 아마 수백만이 넘을 것 같다. 이만큼 교회는 우리 사회를 위해 공헌한 바가 크다고 우리는 생각하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자만할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성해야 할 때이다. 사실 그간 교회는 이 사회사업들을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 잘 살펴보고 앞으로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할 줄 믿는다. 왜냐하면 벌써 상당한 수의 사회사업이 폐업 직전에 놓여 있으며 이대로 계속하면 얼마 안 되어 모든 사회사업들이 중단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그의 본질적 사명인 사랑의 실천 중의 하나를 잊어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펴보자.
첫째 교회의 사회사업들은 전체 신자들의 참여가 없는 가운데 운영돼 왔다. 이 사업들은 신부들이나 수녀들이나 그외 독지가들의 전문사업으로 생각되었고 일반 신자들은 가끔 성탄 때나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정도뿐이었다. 그래서 신자들이 이러한 사업 운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으며 또 사업 운영자 측에서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쨌든 이 사업들이 교회의 사업이라고 생각되기보다는 몇몇 전문가들의 사업이라는 느낌마저 주게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예도 흔히 있었다고 본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자선사업이 개인사업이 되어 무의무탁자들을 팔아 치부한 자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이 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에만 어긋날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규탄 받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는 것은 교회 전체의 참여가 없었다는 데도 원인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그 도의적 책임을 전적으로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둘째 교회의 사회사업은 거의 외국의 원조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는 전교지방의 교회이고 따라서 가난한 교회이다. 우리 신자들 자신의 힘으로는 순수 소비사업인 사회사업의 자금을 충당해낼 능력이 없다.
그러나 교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원조의 대상자는 많고 어쩔 수 없이 우리보다 부한 교회들의 원조를 얻어서 사회사업들을 운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으로 외국 신자들에게 감사해야 할 줄 믿는다. 그렇다고 우리는 문제점마저 자선사업을 위해서는 으레 외국 원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선사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피원조자가 인격적으로 발전해서 의타심을 버리고 자립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선사업가 자신들의 의타심까지도 길러 준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된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 교회 내에서 가끔 보게 된다.
외자에서 오는 또 한 가지 나쁜 결과는 자선사업은 본래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을 나타내는 사업인데 입으로만 사람을 찾고 그 행동은 외국인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신자들의 신앙교육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는 행동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자의 가장 나쁜 결과는 사람은 견물생심이라 재산이 사람을 부패케 하는 그것이다. 외국의 신자들이 푼푼이 모아서 보내는 돈을 공짜인 양 절제 없이 사용한다든지 또는 개인의 유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수가 흔히 있는 것을 볼 때 외자란 참으로 조심해서 도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교회의 자선사업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교회의 자선사업은 교회의 사랑의 발로라야 햐고 그 교회의 능력에 맞아야 한다. 사랑이 없는 거기에 자선사업만 벌여 놓았댔자 문제만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 교회는 사회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사랑을 가르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회사업에 모든 신자들을 참여시키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신앙교육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각 교구 각 본당 각 액션단체들은 그 지역에서 운영되는 교회의 사회사업의 현황을 신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자들 자신이 현재 존재하는 사업들의 자금을 충당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고아원에서 한 고아의 한 달에 소요되는 생활비가 1천5백 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그 고아원에 1백 명의 고아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한 달에 1천5백 원을 지불할 수 있는 1백 명의 신자만 찾으면 된다. 물론 이것이 말하는 만큼 쉬운 것은 아니나 노력하면 외자에 의존하기보다는 쉬울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교회는 신자들이 교회의 자선사업을 위해 현납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구라파나 미국의 구호단체들을 보면 신자 한 사람이 한 주일에 10원~20원씩 모든 것을 합해서 거액을 외국 원조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 신자는 80만이라고 한다. 이 80만 신자가 일주일에 10원씩을 사회사업을 위해서 절약했다고 하면 교회는 매주 8백만 원이라는 거액을 사회사업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80만 신자가 그렇게 교육돼 있지 않다는 데 있고 또 우리 교회는 이러한 운동을 벌이기 위해 조직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끝으로 이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우리 자선사업과 우리 사회사업을 운영할 시기가 왔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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