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리만치 넘치는 나의 감정을 어느 누구에게 맡길까요?
『당신이 맡겠소?』
『아니면 자네가?』
『아닙니다. 난 모두들 미덥지 않다오. 그냥 간직하리다』
그러다, 진정 우유 빛 손을 가진 친구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에게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모두 주리다.
아니요! 손 따위야 검든 희든 무슨 상관이겠소. 그러나, 내 사랑하는 그의 손이 기도할 때만이라도 우유 빛 손을 가진다면 나의 모든 것을 주겠소. 서슴지 않고.
내 비록 어릴지라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랑은 반드시 헛되이 되게 하지 않을테요. 나의 마음속의 동그라미가 네모일지라도, 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의 동그라미는 아주 큰 것이라 믿고 있소. 그의 우유 빛 손으로 나의 동그라미가 이쁘게 다듬어졌을 때 그와 나는 소망하던 길로 걸어갈 수 있을게요.
그가 예수님이어야 한다는 속박은 없소. 하지만, 법보다 도덕이라는 모든 사람의 상식적이고 올바른 개념이자 옳은 생각과 같이, 속박은 없지만 내 마음속 어디엔가 예수님이어야 한다는 깊고 굳은 신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세상 황폐해진 곳곳들을 예수님 혼자 고치기엔 너무나 벅차고 힘이 듭니다. 어느 누군가가 같이 그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 자신들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행복이란 걸 알아야했습니다.
모래사장안의 하나의 모래알갱이일수 밖에 없는 나의 보잘 것 없는 생. 아니, 지금 그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었소. 보잘 것 없다고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을 보니 바로 위대한 것이었소. 그 위대한 삶을 준 그에게 줄 우리의 소박하고도 아주 큰 선물은 황폐해 가는 세상을 고치는 일에 그를 열심히 도와 드리는거요.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은 아낌없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친구는 그였습니다. 나는 기도할테요. 그와 내가 융합되어 진정한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각이 하나 없는 미끈한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깨끗하고 어느 단어로도 형언 못할 그러한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그릴 때까지!
그렇게 나날을 진실 되고 보람차게 추구할 수 있다면, 그는 또다시 우리들 발 앞에 아주 맑고 밝은 모습으로 웃으시면서 나타날거요.
그날이 오면 나와 당신이 우리친구의 양쪽 손을 잡고 천천히 아주 영원히 성당의 문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그 진정한 우유빛 손을 꼬옥 잡아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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