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학중이던 문규현 신부(전주교구)가 지난 6월 5일 평양에 도착, 6일 임진각에서 열린 우리 측 통일기원 미사와 동시에 평양 장충성당에서 같은 지향의 미사를 봉헌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가자 교회 안팎에서는 한때 긴장감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이번 문 신부의 평양방문은 온 나라를 찬반 여론으로 들끓게 하며 크나큰 정치적 피장을 몰고 온 「문목사 방북사건」이 발생 단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문 신부는 미국영주권을 취득하고 있기 때문에 7, 7선언 제1항「해외동포의 남북한 자유왕래」규정에 따라 법에 저촉되지는 않아 문 목사와 같은 정치적 파장은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문 신부의 방북은 잠재적으로는 교회안팎에 몇 가지 점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사회적으로 볼 때 문 목사 사건을 계기로 한 겨레신분 방북취재 계획탄압, 전대협의 평양청년건축전 참가불허 등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정부가 종래 되풀이해 오던 「남북교류창구 단일화」방침의 재확인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문신부가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수백 명의 교포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자격으로 방북한 것이지만 정의 구현사제단의 일원인 점과 특히 이번에 사제단과 연계를 가지면 동시 미사집전을 한 점 때문에 단순한 교포방문 차원은 넘어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현재 사회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통일논의 대열」에 가톨릭교회가 적극 참가한다는 신호탄으로 사회일각에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태까지 민주화 등 정치적인 이슈를 가지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사제단이 이제부터 통일문제에 과감히 뛰어들겠다는 의지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사제단이 교회를 대변하는 공식기구는 아니지만 사제단의 그간 활동 및 영향력으로 인해 사회에서는 사제단의 입장을 가톨릭교회의 유력한 견해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문 신부의 이번 방북은 사회 쪽보다 오히려 교회 안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많다.
첫째. 교회내 통일논의의 확산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회 안에는 북한선교위원회와 통일사목연구소가 공식적인 기구로서 활동해 오고 있다. 북한선교위원회(위원장ㆍ이동호 아빠스)는 84년 2백주년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발족, 그동안 끊임없이 「침묵의 교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캐나다 교포사목 중이던 고종옥(마태오)신부를 북한에 파견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통일사목연구소(소장ㆍ김성태 신부)는 바로 작년에 설립돼 「공산주의자는 회개를 위해 기도하는」차원을 넘어 통일에 한국교회가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일각에서는 7ㆍ7선언 이후 통일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교회도 통일논의와 그 구체적인 실천에 더욱 적극성을 띠기를 바랐으나 냉전논리가 오랫동안 사회와 교회를 지배해온 탓으로 교회의 공식적인 활동에 만족을 얻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실정은 지난 5월10일 가톨릭신문사 주최로 열린 「통일사목을 위한 특별좌담」에서 『각 교구 어른이나 사목자들이 여러 일로 바빠 통일사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부족하다』고 이동호 아빠스의 지적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한 문 신부의 방북은 「교계질서문란」차원 부분을 논외로 한다면 통일논의 활성화의 한 계기는 충분히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문 신부 방북에는 이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사제단이 세계성체대회를 기점으로 교회가 통일문제에 적극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려는 계산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편 교회 내에서는 이번사건을 놓고 『말로써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교회가 보여줘야 할 때가 되었다』며 이번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로 보려는 일부 시각도 있는 반면 교회 내 통일사목의 체계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비판의 소리도 일고 있다.
정치적인문제와 크게 관련된 통일문제는 적어도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하는데도 불구, 교회회장과의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신부단독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 문 신부는 입북 중이므로 문신부의 활동결과가 나오면 이를 둘러싸고 활발한 논의와 함께 교회의 통일사목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 될 것으로 보인다.
<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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