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가 시가지를 빠져나와 톨케이트를 통과하면 승무원 아가씨의 안내 말씀이 있다. 어떤 아가씨는 승객들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빈다면서『그러나 여행이란 본래 노동이란 말에서 나왔으니 여행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는 모양이죠?』하고 덧붙인다. 사실 TRAVEL(여행)의 어원은 산모의 진통이나 신고를 의미하는 TRAVIL, 즉 불어로는 노동이란 말이다. ▲한편 동서고금의 철인과 문학인들은 나그네로 운명지워진 인생을 사색하고 탄식했으며 어느 시성은『나는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여행하는 사람, 한 개의 변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독백했었다. 여행이란 단어 풀이에서 여행이 바로 노동과 창조를 위한 진통에 뿌리를 박고 있음을 상기할 때 막연하게나마 인생과 노동의 묘한 관계를 새삼 음미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노동의 의미를 명백히 일러 준다.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조하고 그 결과는 언제나 남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유형무형의 어떤 가치를 필요로 하고 그 가치는 노동을 통해서 얻어야 하므로 인간생활은 노동 없이 존립할 수가 없다.「나자렛」의 예수님이 요셉 성인을 도와 목수일을 손수 하심으로써 노동의 품위를 높여준 의미가 여기에 있다. ▲3월은 노동자의 수호 성인이신 성 요셉 성월이요, 10일은 노동절, 19일은 요셉 성인 축일이니 연중 어느 때보다 노동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는 때다. 해마다 노동절이 되면『기업인은 이기심을 버리고 근로조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공허한 구호와 치사가 모든 기관에서 남발되지만 그 현실적 메아리가 전무한데 근로 대중의 비애가 있다. 오히려『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치부한다』는 유언비어(?)에 구성된「나그네 설움」을 읊조리는 것이다. ▲교회는 또한『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하여 자기 능력과 인격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백히 가르치고 있다. 이 가르침이 현실화되는 그날, 사회 정의에 입각한 진정한 근대화가 이뤄지겠지만 그렇다고 인생행로를 걸어가는 나그네길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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