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근로·병역·납세는 대한민국 국민의 사대 의무이다. 따라서 동시에 사대 권리리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의 여러 가지 의무 중에 특히 이 네 가지를 골라서 사대 의무로 결정한 것은 국가가 존속하고 사회가 안정하고 민족이 발전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년과 같이 3월 10일은 근로의 날이다. 그러나 금년 근로의 날은 타년에 비해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비상사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비상사태와 근로와의 관계는 대단히 밀접하다. 국민의 근로의무가 올바로 수행되지 않을 땐 비상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고 그 의무가 충실히 수행될 땐 어떠한 비상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근로의 날을 맞이 하여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로 근로는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또한 국가의 의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근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현대는 좋든 싫든 사회화의 시대이다. 사회주의와 사회화 현상과는 별다른 것이라는 것을 학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간의 생활이 과거보다 훨씬 더 사회적이고 개인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근로가 지니는 의미로 사회적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국민에게 근로의 여건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힘도 사회를 지도하는 국가가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는 국민의 노동력을 조직하고 발휘하게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히 생각해야 할 줄 믿는다.
경제 발전에 있어서도 국민의 노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기계문명의 혜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노동력을 최고도로 이용하는 한도 내에서 경제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자본의 힘보다 국민의 힘을 더 믿는 국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금년 모대
학 졸업생 중 의대와 사대를 제외하고는 8%가 겨우 취업했다니 이것은 우리에게 상당한 경고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배우지 못한 실업자도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겠지만 배운 실업자는 더 큰 불안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정부와 기업가들은 근로에 대한 그들의 의무를 각성해 주기 바라는 것이다.
둘째로 근로의 날을 맞아 근로자들이 각성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근로의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근로를 생활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봉사요 사회 발전의 참여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 노동의 혜택을 직접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충실하게 일해 놓은 결과는 우리 후손들이 누리게 될 것이고 또 장래의 우리 국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다. 봉급만을 위한 노동 제공은 봉급 지불자의 감시를 속이는 노동이 될 수 있으나 사회와 국가의 이익을 추궁하는 노동은 보람 있는 노동이 될 것이고 충실한 노동이 될 것이다. 우리 국가의 장래는 노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노동 다시 말해서 노동자의 충실성에 매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 말한 바와 같이 현대는 사회화의 시대이다. 따라서 국민 총화가 시급한 이때에 노동자들의 총화가 또한 시급하다. 노동자들이 뭉치지 못한다면 누구도 뭉칠 수 없다. 노동자들이 뭉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개인 욕심을 너무 앞세우지 말 것과 하나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개인 욕심이 범람하는 곳에는 중상모략이 판을 칠 것이고 용기가 없는 곳에는 과감한 개혁이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로 신자들의 의무이다. 신자들은 그들의 신앙을 통해서 근로의 뜻을 누구보다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노동은 하느님이 죄를 범한 인간에게 준 벌이기도 하지만 노동은 또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는 행위이다. 말하자면 그리스도 신자들은 노동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를 구원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이제 이 구원은 하느님의 복음을 입으로 전달하는 데만 있지 않고 우리에게 맡겨진 노동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직업에 충실하지 않는 것은 자기 신앙에 불충실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계에 침투해서 모범적인 근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긍지 없는 신자는 현대 사회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 앞에서도 버림 받는 자가 되고 말 것이다.
72년도 근로의 날을 맞이하여 외적인 행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근로의 의무를 재삼 각성하고 근로에 대한 각자의 충성을 재검토해야 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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