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인간의 모든 행위에 대해「誠」을 요구하고 있다. 성이란 개념 안에서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어휘를 예시하건대 정성 성실 충성 성심 성의 진실 충실 등을 들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의 깊은 곳에 내재한 양심과 말과 행동이 거짓 없고 참되게 일치되는 것을「誠」이라고하면 어떨까. 誠자의 자형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言「말」과 成(行)이 합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중용의 저자는 誠에 대해서「聖者 天之道也誠之者人之道也」라고 규정했다. 그리하여 공자의「仁」을 구현하는 최고의 규범으로서 誠을 택했고 또 그 誠을 해석하기를 天의 길이라고 설파하였다. 여기서 말한「天」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주재자인 하느님의 뜻으로 관취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誠」은 곧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길이요 또 誠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로서 이것을 성인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복음성서에는 성실한 종과 불충한 종에 대한 상벌을 엄격히 제시하였고 또 성실의 반대되는 허위 즉 위선자에 대한 가렬한 비판을 가한 대목을 가장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다.
誠의 본질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 가장 반대되는 개념을 둘러본다면 첫째 허위이요 둘째는 부실이다.
거짓은 하는님의 뜻에 어긋나는 죄목의 하나로서 십계명으로 금하는 것이고 부실은 외식허를 말하는 것으로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실기업 운운하는 것이 바로 이런 따위이다. 이와 같은 거짓과 부실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 남과 사회를 크게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자 같은 이는 매일 반성하는 삼대 조건의 하나로서 남을 위해 일함에 있어서 성실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을 첫째 항목으로 삼았을 정도이다. 그러면 誠하는 방법론은 무엇이겠는가? 첫째는 먼저 자아에 대해 성실해야 한다. 즉 자기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마음(양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만약에 그 언행이 자기 마음과 일치하지 못할 때에는 이미 그는 분열된 인격이요 위선자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는 남에 대해 성실해야 하겠다. 이것은 남에 대한 말과 행동의 일치를 말한다. 마음에 있는 생각은 남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므로 대인관계서는 오직 말과 행동의 부함이 요구된다. 만약 남과의 약속(말)이 그대로 실천(行)되지 않을 때에는 유신 아닌 실신으로서 오륜을 범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자아적으로 분열된 이중인격자가 되고 대인적으로는 배륜자의 낙인이 찍히게 된다면 어찌 지도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는가. 지도자에게「誠」의 요구가 더욱 절실한 까닭은 지도자는 선악간에 있어서 피지도자에게 항상 표양이 되기 때문이다. 나쁜 표양으로 인해 남을 악에로 떨어지게 하는 자는 목에 맷돌을 매어 바닷속으로 던지라는 성서의 말씀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도자가 아랫사람들에게 가식과 언행 위배의 불성실을 감행했을 때에는 그 부하들로 하여금 윗사람에 대한 성실 대신 불성실로서 보답하는 可恐할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上濁下不淨의 법칙이 바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사의 불성실은 또 하나의 위험한 복병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그 불성실을 고칠(改) 기회를 갖지 못하는 요인인 것이다.
즉 아랫사람이 성실치 못할 때에는 윗사람이 꾸짖거나 벌을 주어가면서라도 그것을 시정할 방도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윗사람일 경우에는 어느 누가 아랫사람으로서 그 불성실에 대한 귀에 거슬리는 충고나 비판을 감행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도자의 불성실은 영영 고치지 못하는 고질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외절만 있고 내실이 없고 진실이 부족하고 허위가 충만함을 볼 때에 지도자들의「誠」에 대한 성찰이 더 한층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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