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809호에 보도된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전국본부와 가톨릭학생총련 사무국의 활동기금 부실 운영 사건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우리가 즉시 느끼는 것은 보도된 이 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은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 자체가 사건 전모를 드러낼 수 없었다는 뜻도 있겠지만 교회 운영에 있어서의 부정은 이것만이 아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교회 전체의 부실 운영과 부정은 이 두 사건에 국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JOC 전국본부와 학생총련 사무국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이 사건들이 우리에게 반성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줄 믿는다. 더구나 이 부정사건은 관련자들이 양심까지 속여 가면서 착복하려는 데서 빚어졌다기보다 부실 관리와 부실 운영에서 야기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교회 단체 운영을 한 번 분석해 보자.
첫째로 교회 단체의 운영은 사제의 절대권 아니면 소수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교회 내의 사제의 권리는 도덕과 교리에 관해서는 절대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역사적으로 타당하게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 교회에서는 사제의 절대권이 교회 단체 운영과 인간관계까지 뻗쳐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사실 신학교에서 10여년 간 교육을 받고 서품된 사제는 사회 실정도 잘 모르고 경제와 운영에 있어 전문가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가르치는 교회의 전문가이다. 그러니 그는 자기에게 맡겨진 분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겠다. 그러나 사제는 또 사목자로서 교회 운영에 있어 전혀 무관할 수는 없다. 교회 운영이 정신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면 정신적인 지도의 역할은 반드시 사제에게 일임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배제해야 할 것은 사제 한 사람의 독단적인 교회 운영이다. 교회 재산의 관리는 반드시 관리위원에 의해서 추진하여야 할 것이며 자체 감사제도를 확고하게 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교회 운영의 부실의 책임을 사제에게만 돌릴 수 없다. 이것은 학생총련 사무국의 사건이 여실히 지적해 주는 사실이다. 교회 단체 운영에 봉사하는 사람들의 정신자세 문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는 절대로 개인을 위해서 있을 수 없고 또 교회는 개인의 활동무대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자기 의견이 옳고 바르다 하더라도 전체 의견과 교회의 유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무식하고 우둔한 사람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며 그들의 발전 속도를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교회 단체 운영은 폐쇄적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밀리에 계획되고 비밀리에 집행,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면화를 두려워하고 양성화를 회피하는 것이 교회 단체 운영이다. 그러나 은폐만이 상책이 아니다. 교회가 발전하려면 공개적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라고했는데 어째서 자꾸만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교회의 치부를 감추어야 한다 는궤변이 있을 수 있으나 교회의 치부는 감추면 감출수록 더욱 더러워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교회 내의 부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부정을 공개하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누가 공개하느냐인데 그것은 부정을 범한 당사자들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지 은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끝으로 우리 학국 교회는 사회의 부정부패를 타파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 서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차제에 우리 교회는 자체 정화에 노력하기를 결심하고 교회 내의 부정을 추방하는 데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해야 하겠다. 그렇지 못하다면 모처럼의 성신의 영도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 사회의 구원은 요원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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