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도에 한국 교회가 맞는 부활절은 독특한 의의를 가진 것 같다. 작년 10월 5일 이후로 우리 교회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 특히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완수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던 교회가 사회의 부정을 고발하고 사회 정의와 평화 구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이 역사 속에서 활동하였고 또 활동하고 계심을 믿는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활동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사업은 항상 죽음과 부활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는 죽음과 부활의 변증법으로 진행된다고 믿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다. 이러한 신앙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와 우리 역사를 관찰한다면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는 절망도 환상도 없고 오로지 현실만이 남을 것이 아니겠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멸망의 역사를 구원의 역사로 전환시켰음을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맞는 금년도의 부활절에 더욱 생생하게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죽음은 과연 무엇을 부활시킬 것인가?
첫째는 양심이 부활해야 한다. 물욕과 사리사욕을 죽이지 않으면 양심은 부활할 수 없다. 곧 죽음의 고통 없이 양심의 소생은 있을 수 없다.
작년 10월 14일 한국 주교단은 공동교서에서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양심의 중요성을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양심은 사회를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이다. 우리 사회가 부정의 사회라고 낙인 받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양심이 죽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개인 욕심을 채우고 개인의 안이한 생활만을 추구한다면 양심을 죽이고 마는 것이다. 양심과 사욕은 하나는 살리고 하나는 죽이게 되어 있다. 둘 다 살릴 방법은 없다. 우리는 성 금요일에 사욕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아야만 부활날에 양심이 부활된다고 믿는 그러한 신자가 되어야 한다. 사욕은 안락사처럼 고통 없이 죽을 수는 없음을 명심하자.
둘째로 정신이 부활해야 한다. 육신과 물질은 정신을 죽인다. 정신은 볼 수 없는 것, 그러나 육신과 물질을 죽인 그곳에는 반드시 정신이 부활한다. 우리는 육신 없이 못 살고 물질 없이 못 산다. 그래서 육신과 물질을 죽인다는 것은 물욕과 육욕을 죽이는 그것이다. 그러면 육신과 물질도 정신으로 부활하게 된다. 육신과 물질에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부활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우리 모두가 절감한다면 이 사회는 3일 만에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이 부활해야 올바른 판단력도 부활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올바른 판단력이 부활해야 이 사회는 참으로 구원될 것이다.
셋째로 생명이 부활해야 한다. 양심과 정신이 죽은 인간은 숨을 쉰다 해도 죽은 인간과 마찬가지다 양심과 정신이 죽은 사회에서 생명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생명을 부활시킬 수있다. 부활한 생명이 진짜 생명이지 부활하지 아니한 생명은 진짜가 아니다. 그런데 부활은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죽지 않으면 부활의 생명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72년도 부할절을 맞아 양심과 정신과 생명의 소생을 기원하며 양심과 정신과 생명의 소생을 위해 전력하도록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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