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서의 필요한 조건에 용서하는 마음을 빼놓을 수 없다.「怒」의 개념에 있어서도 동서양의 사상에서 약간의 근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논어의 怒가 仁의 실행 과목의 하나인 것과 같이 성서의 용서도 사랑의 실천 항목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는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즉 子貢이란 제자가 그 스승 孔子에게 한마디 말로써 일평생을 두고 행할 만한 것이 무엇이겠느냐고 질문했을 때에「怒」자 한 자로써 대답하고 그「怒」의 뜻을 설명하기를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루까복음(6.31)에서는 원수를 보복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적극적 의미에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여러분이 남들에게서 바라는 그대로 여러분도 남들에게 해주시오』라고 요구하였다. 이는 앞에서 인용한 孔子의「怒」의 설명이 소극적으로 「하지 말라」는 데 비해 예수의 사랑(용서)의 풀이는 적극적으로「해주라」고 강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복음성서는 용서를 사랑과 완전히 표리일체되는 관념으로서 포착하여 예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주의 기도에서부터 인간 상호 간의 용서를 하느님의 용서 받는 조건으로 삼으셨을 뿐 아니라 수제자인 베드로가 남이 자기에게 잘못한 것을 일곱 번까지 용서하면 되겠느냐고 예수께 물었을 때 일곱 번씩 일흔 번씩까지라도 용서해 주라고 대답하신 것을(마테 5.21) 보더라도 용서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강조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용서하는 자세가 인간 상호 간에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 삼고자 하는 지도자로서 특별히 용서를 중시할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먼저 논어자로 편에서는 仲弓이란 제자가 정치 지도자로서의 비경을 물음에 대해 3대 요건의 하나로서 「赦小過」를 들어서 밑의 사람들의 작은 잘못은 관대히 용서해 주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복음성서에는 지도자의 용서에 대해서 여러 모양의 비유 또는 표양으로서 좋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 먼저 마테오 사가는 (18·23~35) 왕이 그 종들을 용서하는 모습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을 기록하였고 또 간음한 여인의 인민재판에서 보여 주신 예수님의 멋있는 용서의 광경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는 원수들에게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청해 주시는 예수의 절정적 용서의 모습은 참으로 최고 지도자의 최고 용서의 표양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도자는 여느 사람보다 더 많은 용서가 요구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무조건적으로 아무에게나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도 인간끼리 서로 용서가 있어야만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다시피 지도자가 아랫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여 줌에 있어서도그 사람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심정이 인정되는 것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그것은 사랑과 용서의 근원이신 예수께서도 추호도 회개의 정이 없는 바리사이들의 위선에 대해서는 엄혹한 질책을 늦추지 않으셨음을 보더라도 알 만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밑의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먼저 그로 하여금 개전하도록 지도한 연후에 너그럽게 용서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도자의 용서에 있어서 깊은 주의를 요하는 것은 비록 수하자의 잘못은 용서 못할지라도 그 사람 자체는 어디까지나 용서해 주어야 되겠다는 점이다. 법철학의 금언에「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비록 부하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응분의 책임을 물을지라도 그 사람자 체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죄인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항상 너그럽게 용서할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동시에 그 잘못은 용서 못할지라도 그 사람만은 용서해야 하는 최저선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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