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악하고 추한 것도 많지만 좋고 아름다운 것도 많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작가도 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 남을 도와 주기 위해서 일생을 바치는 사람, 성실한 인간의 정직성,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생애 등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들이다. 그 중에도 하느님을 위해서 결혼과 재산과 명예를 다 버리고 일생을 살아가는 것도 아름다움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어찌 인간으로서 그렇게 생활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을 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이해를 초월하는 것이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생활이다. 사실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된다.『왜 결혼을 하지 않습니까?』라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인간이면서 인간을 초월하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불리움을 받은 성소생활을 한다고 우리는 말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면 성소생활이란 원칙적으로 아름다움 중에 가장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 성소생활은 볼 수 없는 하느님을 현존시키는 생활이다.
16일은 성소주일이다. 이렇게도 고귀한 성소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성소감퇴문제이다. 우리 한국 교회에서는 아직도 성소가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소가 증가된다고 해서 성소 부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아직 한 번도 충분한 성직자와 수도자의 수를 가져본 일이 없다. 현재도 성소는 부족하다. 신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사제 수의 증가는 비례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어느 대도시에 1년에 영세자 수가 2천 명이 넘는데 3년 동안 한 개의 본당도 신설되지 않았다. 그러면 그 신자들은 어떻게 사목되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교회 당국에만 지울 것은 못 된다고 본다. 이것은 교회 전체의 책임이다. 우리 교회는 아직도 많은 성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사제 성소가 절실히 필요하다.
성소는 물론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성립되지만 모든 하느님의 사업이 그렇듯이 인간의 노력 없이는 결실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성소 개발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리가 이미 많이 들은 것은 성소가 싹 트는 곳은 가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성소는 열심한 가정에서 속출된다. 가정은 성소의 온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정 부모들에게 성소를 개발해 줄 것을 간청하여 왔다. 부모들은 계속 성소 개발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소는 또 신앙을 토대로 싹 트고 발전한다. 한 교회의 신앙이 깊으면 깊을수록 성소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자기의 신앙을 견고케 함으로써 성소 증가에 이바지할 수 있다. 배금사상이 농후하고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한 곳에 성소가 개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해서 특히 강요하고 싶은 것은 성소 개발에 가장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소 개발의 책임을 부모들과 신자들에게 많이 전가시켜 왔다고 본다. 성직자와 수도자들 자신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성소는 참으로 절망적이 될지도 모른다. 성소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름다운 것이기는 하지만 기성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추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누가 성소를 지망하겠는가?
그래서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무엇보다도 받은 성소에 충실한 생활을 해야 한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사제가 존경을 받고 윤택한 생활을 한다고 성소를 지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성실성 그들의 봉사정신 그들의 정신생활 사리사욕과 생명까지 바치면서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는 용기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으로 충만된 그러한 생활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성소를 갈망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참된 복음적 생활이 성소 개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사제들이 분리되어 투쟁을 한다든지 상호 협동하고 협조하는 정신이 없다든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사리를 판단하지 못하고 남을 이해하는 데 느리다든지 금전과 물질에 대해 과욕을 부린다면 그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가로막는 하느님의 나라 건설을 장해하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성직자와 모든 수도자가 성인일 수는 없다. 그래서 성직자와 수도자가 성소 개발을 위해서 가져야 할 태도는 성소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심이다. 특히 사제 성소는 더욱 그렇다. 각 교구 성소 개발 지도신부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난점은 사제들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각 본당의 신부들이 관심을 갖고 성소를 개발해 준다면 현재 신생의 수를 2백 3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그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몇몇 교구에는 성소후원회가 조직되어 후원 기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데 여기에 가장 비협조적인 사람들이 사제들이라고 한다. 사제가 성소 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누가 성소를 개발할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도 성소주일을 맞아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더 많은 젊은 이들이 성직과 수도생활을 지망하기 바라는 바이다. 우리 교회의 발전은 성소 증가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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