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두 달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심각한 양상을 보이던 농촌이 지난 6월 6~9일에 이어 14일에도 단비가 내려 7월을 맞기 전에 모내기는 일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고질적인 가난과 농가부채, 가뭄에다 장가못간 것을 견디다 못해 농약을 마시거나 목을 매 자살하는 농민들이 속출하는 오늘의 한국농촌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최근 1개월 이내 자살농민은 20여명에 이르고 있어 농업정책 차원에서 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적인 측면에서 이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대책마련이 화급한 실정이다.
여기다 농산물 수입자유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파파야등 44개 품목, 90년엔 포도주 등 50개품, 91년엔 바나나 파인애플 복숭아통조림 등 48개 품목의 수입을 자유화 결정에 따라 이들 개방품목과 관련이 있는 농가는 물론, 한국농촌의 모든 농가는 걱정이 태산 같다.
『사전 준비 없이 수입을 덜컹 결정해버린 정부가 원망스럽다』는 농촌에 메아리치고 있다.
이 같은 농산물 수입자유화를 눈앞에 두고 한국농촌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6월 모내기철을 보내면서 농촌문제로 먼저 떠오르는 것은 농촌일손 부족현상이다.
농촌의 모내기철 일손부족현상은 젊은층의 이농(離農)으로 농업노동력이 고령화ㆍ부녀화 되면서 해마다 되풀이 되어온 현상이지만 올해의 경우 농기계 가격인상과 노사분규의 여파로 인한 부품부족 등이 겹쳐 특히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자라는 일손을 메우기 위해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차량을 동원, 이웃 마을에서 일손을 모셔오거나 인근 도시 인력까지 구해다 쓰고 있는 올해는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무려 20~30%가 올랐지만 일손 구하는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 김재문 신부는『요즈음은 농촌일손을 도와줄 것도 없는 실정』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밥을 지어 인부들의 새참이라도 도와줬으나 금년의 경우 비싼 품삯을 주고 구해온 일손들이 새참보다 돈을 요구하는 형편이라 품삯에 새참비를 얹어주기 때문에 도울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신부는 작년보다 훨씬 더 비싼 품삯을 주고도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해『농기계를 이용하는 농가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요즘 농촌의 넓은 논에는 농기계를 작동하는 농민1~2명만이 농사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들려준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회장직을 두 번씩이나 역임했던 의성군농민회장 우영식씨(가브리엘ㆍ52세)는『작년 청송에서 부터 시작 전국적으로 확산된 고추파동사태가 금년에도 또다시 예상된다』며 정부 측은 그저 농민들이 계획 없이 너무 많이 심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고추로 어려움을 당했던 전국의 농심(農心)들이 타 작물에 비해 소득이 예상되는 작물에 또다시 몰린다면 과잉생산사태는 또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것. 『이는 안정된 농사, 안심하고 지어볼만한 농작물이 없기 때문에 초래되는 결과』라고 덧붙인다.
여기다 고추농민은 죽어 가고 전국농협창고에는 고추가 쌓여있는데도 최근 고추장ㆍ된장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국내판매에 열 올리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고 분개하는 우회장은『이윤 추구만을 생각하는 기업들보다 국내농민을 도외시하고 수입을 허가해 주는 정부당 국이 더 원망스럽다』고 말한다.
또한 우 회장은『아무리 곡식이 천대받지만 보리 1가마 값(1만7천원)이 운동화 1켤레 값(2~3만원)보다 못하다니 해도 너무한다』며 농산물 가격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지난 84년 봄부터 85년 하반기까지 소 값 폭락에 따라 집에서 기르는 어미소 두 마리를 1백30만원에 내다팔았더니 금년에는 소 1마리에 2백50만원을 웃돌고 있어 현재로서는 소구입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이와 더불어『농기계값이나 농약값, 심지어 농협연쇄점의 생필품값까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말하는 우회장은『시장상인들이야 도매상을 거쳐 이윤을 남긴다지만 공장직거래인 농협연쇄점이 더 비싸게 받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며 최근 설탕 15kg 1포대를 시장가격이 7천3백 원인데 단위농협에서 1백 원 받더라고 지적했다.
7백만 원에서 1천2백만 원까지 하는 농기계들을 공동으로 구입할 경우 4년만 사용하면 수명을 다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고장이라도 나면 1회 수리비용이 평균 1백만원대. 그지 나가도 부품이 없어 고장을 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런 속사정은 보도조차 않으면서『전농가 기계화로 농촌이 발전했다』는 식의 일방적인 보도만을 일삼는 방송ㆍ신문 등 매스컴에 대한 붙만도 대단했다.
고추파동과 소파동 때문에, 또 농가부채 때문에, 장가 못간 한 때문에 작년 8~9일부터 금년 3~4월까지 전국적으로 수배되고 구속된 농민들의 아픔을 계속외면만 하고 있는 현사태가 원망스럽다는 우 회장은『생명을 일궈내는 농사일이야말로 정말 보람있는 직업』이라며 정부당국이 농촌 사정을 좀 더 헤아려주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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