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구비조건으로 열 가지를 들기로 예정했던 바 마지막으로 권위란 조항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맨끝으로 말한다고 해서 이 조건이 가장 경미하다는뜻이 아님은 물론이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지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권위의 조건일는지도 모르겠다. 권위의 개념에는 권위 권세 등으로 표현되는 지배하는「힘」의 뜻과 위신 위엄 등으로 나타나는 범할 수 없는「위험」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힘이든 위엄이든 이 두 가지가 합쳐서나 또는 따로따로거나 모든 지도자에게 절대로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논어에서 지도자인 군자는「不重則不威」 또는「威而不猛」해야 한다고 교훈한 것은 힘보다는 위엄에 치중한 것이겠으나 성서에 나타난 바 유명한 산상강론 때나「가파르나움」에서 설교하시고 부마자의 마귀를 쫓아내실 때에 군중으로부터 인정받은 예수의 권위는 그야말로 힘과 위엄을 갖춘 최고의 권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 진실한 권위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지 않는 권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의 모든 권위는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것이라고(로마서 13,1) 밝혔다. 이 구절의 말씀을 이해함에 있어서 외람된 일이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권위의「힘」은 위로부터 즉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권위의「위엄」은 아래로부터 즉 피지도 대중으로부터 올라와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의 권위 도바로 성부로부터 권능적인 힘을 받으셨고 또 한편으론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온갖 병을 고쳐 주고 가난한 자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해 주는 봉사의 결과로서 대중으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존경의 상징인 위엄을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권위와 봉사란 거창한 논제를 다루자는 것은 본의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많은 지도자들이 자기의 그 위치를 오직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는 권위의식이 강하거나 또는 자신의 힘에서 연유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고, 조건 없는 봉사의 차원에서 진정한 권위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소홀히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실로 권위와 봉사의 관계를 전도시한 것이다.
진정한 권위는 지배하는 힘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봉사하는 정성으로 얻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지도자의 권위는 누르는 힘에 반비례하고 바치는 봉사에 정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가장 많이 봉사하는 대통령이 제일 큰 권위를 갖는 것이고 교회에서도 하느님의 온 백성의 종들의 종노릇을 하기 때문에 교황의 권위가 가장 높은 것이다. 만약에 대통령이나 교황이 권으로나 힘으로만 그 백성들을 대한다면 거기에는 권은 있으되 위는 없고 두려움은 있을지라도 심복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작고 크고 간에 모든 지도자는 타력이나 자력의 힘으로서 권위를 세우려고 애태울 것이 아니라 동료나 부하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오는 존경에 맡겨야 할 것이다.
권위는 만드는 것이 아니고 생기는 것이어야 한다는 미묘한 법칙을 깨달아야 하겠다. 지도자가 하느님의 이름을 업거나 자기 힘을 믿고 교만한 자세로 다른 사람에게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바로 권위의식이 발동한 것이고 그와 반대로 겸손과 성실로 헌신적 봉사가 있는 곳에는 권위가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권위의식은 있으나 권위는 없는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권위로써 봉사를 받으려 하지 않고 봉사고써 권위를 얻으려는 자세를 갖고 지도자가 배출되기를 촉망하는 바이다.
附記
이 글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의 경험에서 자신이 아쉬워하면서 미처 채우진 못한 점과 다른 각계 지도자의 장단점들을 머리에 두면서 두서 없이 적어본 것이다. 가볍고 재미있는 한담이 되지 못하고 딱딱하고 외람스런 번담이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끝까지 읽고 비판해 주신 독자 제위께 깊이 감사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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