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하고 아름다운 어린이를 보면 마치 천사를 보는듯한 느낌이 된다. 그 티없는 웃음, 잠자는 얼굴의 평화야말로 인간의 가장 착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어린이가 자라가는 과정을 쉬지않고 지켜보는 어버이의 눈에는 이상한 의문이 들게되는 때가 있다.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가 과자나 장난감 등 물건을 독점하겠다고 욕심을 낸다. 갖난 동생을 귀엽다고 얼르는 엄마곁에서 세살짜리 누나가 조른다.
『나도 이뻐해줘』마치 아벨을 시기하던 카인의 심사가 엿보인다. 이렇게 생애를 출발한 인간이 성장한 후에는 또한 어떻게 되는가. 이상하리만큼 자주 부도덕의 유혹에 얶매어 애를 쓰는 일이 생긴다. 이른바 자기절제와 극기가 잘되지 않는다. 하룻밤을 뜬 눈으로 새우고 집에 들어갈 버스비로 동전 몇닢을 주머니 속에서 겨우 찾아내는 노름군의 낭패감, 과음을 하고 잠자리에서 몸을 뒤챌때 엄습해오는 시간에 대한 손실감, 계속될 신뢰도 보람도 없이 순간의 입술을 꼬수던 데이트 후의 허탈감, 몸을 마구 굴려서 얻은 질병이 안겨주는 좌절, 이런것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중에 시간은 흐르고 나이가 든다.
그리고 자기 생애의 나머지 가능성이 너무도 희미해졌음을 알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성이나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때때로 인생의 무료함과 극기의 어려움과 고독과 실패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문학을 한다, 정치를 한다, 혁명을 한다 하여 흥분하고 분노하고 투쟁한 나날이 끝내 일깨워주는 자기존재의 작은 한계와 억지의 보람 앞에서, 인간적인 남루를 깨닫기라도 하는 사람은 차라리 희망이 있을것이다.
그에게는 이제라도 선택할 무엇이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무조건 사랑하지 않고는 인간적인 원기를 회복할 길이 없으므로 사랑하게 된다. 가족에 대하여 충심으로 자상해지며, 이웃과 민족에 대하여 개인주의적인 오만을 버리고 같은 운명에 참여하며, 자연과 인간사의 내면에서 곰살궂게 기뻐하는 긍정을 원칙으로 삼을줄 알게되며, 그 긍정을위해서 부정을 하게 될 때 비로소 인간의 마음에는 얼마만한 평화와 긍지가 깃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원죄와 고통을 희생과 사랑으로 전환하는 계기이다. 이기심은 희생하고 시간의 오용을 희생하고 시시비비의 피상적인 싸움을 희생함으로써 사랑의 세계에 들어간다. 이와 같은 희생과 사랑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에게 관련되는 것이라고 루리 에블리 신부는「고통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책속에서 말하였다.
인간은 하느님에게 희생을 바쳐야 하지만 그 희생은 손실이 아니라 봉헌이요 보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신뢰이며 안심이며 맡김인 것이다. 영원한 선의의 섭리에 자리를 일치시키고 나면, 나머지 세상의 구체적인 노력들은 최선을 다한 결과가 최상의 보람이 될뿐이다.
태초에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보시니『좋더라』하셨다. 좋은것을 보람으로 깨닫게 하기위하여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인간이 엇나가서 원죄를 얻은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괴롭힐 목적이 없으시다. 희생까지도 기쁨이 되게 하셨다. 원래 창조된 그 善意의 좋은세계에 우리는 돌아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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